용주골, 갈등의 땅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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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강대강 대치에 흉기까지 등장…'파주 용주골' 강제 철거 현장 | JTBC 뉴스
[앵커]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을 놓고 갈등이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주시가 불법 건축물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격한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밀착카메라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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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파주 용주골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주시는 불법 건축물 철거를 통해 이곳을 폐쇄하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치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철거를 둘러싼 행정력의 투입과 여성들의 저항은 이 문제를 단순히 ‘불법 철거’나 ‘생존권 보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로 만들었다.
성매매 종사자들의 현실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선택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절박함의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픈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혹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그들은 이곳에 왔다. JTBC 뉴스 인터뷰에서 별이씨가 말했듯이, 현실적인 대안 없는 직업훈련과 자립지원책은 그들에게 공허한 약속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 다수는 가정폭력, 경제적 궁핍, 교육 부족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회의 보호망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별이씨가 "여기 사람들 대부분은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과 현실의 괴리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용주골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철거 집행은 단기적 효과를 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은 철거가 진행될 때마다 더욱 음지로 내몰리고, 법적 보호망조차 사라진다. 이는 스웨덴 모델처럼 성매수자를 처벌하되 성매매 종사자를 지원하는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에서는 성매매가 줄어들었지만, 종사자들이 음지로 숨는 문제도 발생했다.
반면, 네덜란드와 독일은 성매매를 합법화해 종사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려는 접근을 택했다. 이 모델은 업계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건강 검진 및 노동 권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합법화의 이면에는 여전히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
용주골 문제의 본질
파주시의 강경한 철거 정책은 법과 윤리의 관점에서는 타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간단치 않다. 여성들이 처한 생존의 문제, 자립을 위한 지원의 부족, 그리고 철거 이후에도 여전히 성매매가 음지에서 계속될 가능성 등은 단순히 "불법이니 철거한다"는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철거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파주시는 자립을 돕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그 대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철거로 인해 당장 집과 일터를 잃는 그들에게는 장기적인 생존권 보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용주골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성매매 종사자들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단기적인 철거와 강제적 접근 대신,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법적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종사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과 종사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마무리하며
용주골은 단순히 성매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이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내몰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철거와 법 집행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 굳이 집창촌일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에 대해, 종사자들은 오히려 그곳이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오피나 조건 만남과 같은 방식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창촌은 업주와 상주하는 사람들이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듣고 나면, 그들의 선택을 단순히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각자의 선택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과 이유가 있다. 용주골 문제를 도덕적 잣대로만 재단하기보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목소리를 듣고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용주골과 같은 공간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