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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를 이긴 예술, 광주와 노벨상의 인연

마라수 2024. 10. 12. 08:48

 

노벨상과 블랙리스트, 역설의 승리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선다. 박근혜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작가가 세계적 영예를 거머쥔 것은 억압을 이겨낸 자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검열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의 아픔과 한국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이는 예술이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지켜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에 비추어 정치권의 축하 속에는 뼈아픈 아이러니가 있다. 과거 그녀를 억압했던 이들이 이제 와서 축하하는 모습은 위선에 가깝다. 자유를 억누르려 했던 정치가들이 지금 '자유'를 운운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희극적이다.

 

우리가 갚아야 할 빚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이어, 한강의 노벨 문학상은 광주와의 두 번째 인연이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희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기에 울컥해진다. 두 번의 노벨상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예술과 정치 모두에서 세계가 존경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사필귀정이다.

 

광주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강의 목소리 또한 세상에 울려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어두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성취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승리이며, 이제 우리는 이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