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세상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벼랑 끝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예견된 수순을 밟아왔다. 깜도 되지 않는 자가 모략과 갖은 권모술수로 타락한 정치 세력, 언론, 그리고 검찰과 의기투합하여 감히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이미 우리는 위태로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이어진 시간들은 고스란히 불행의 그림자였다. 다행히 행운과도 같은 우연에 우연들이 겹치고, 이 땅의 역동적인 시민들이 주저없이 저항했기에, 저들의 친위 쿠데타에 의한 내란 기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내란 세력이 정권을 잡고 내란정권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불완전한 국가 체제 아래 놓여 있다. 조기 대선이라는 희망의 빛이 보이지만, 저 내란 잔당들은 여전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원상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 탄핵 심판, 내란 재판 등에서 증인이나 피고들의 발언을 보고 듣노라면, 국가를 운영한다는 한국 최상층 엘리트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 같아 볼썽사납다. 하나같이 천박하고, 저렴하고, 뻔뻔하고, 비루하고, 비겁하고, 야비하고, 몰상식하며 안하무인인, 마치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들의 향연이다. 나는 저런 자들에게 대한민국호의 운전대를 맡기고 있다는 현실에 깊은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저런 악당들과 싸워가며 조금씩 진보해온 투쟁의 역사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야누스의 얼굴로 존재하며,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고, 희생보다 향유를, 불편보다 편리를, 정석보다 변칙을, 혁신보다 현상 유지를, 이타심보다 탐욕에 이끌리는 것이 어쩌면 사람의 본능이기에, 이해하려 들면 또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처럼, 천사들만 사는 나라에도 조금 덜 천사가 있기 마련이고, 그 덜 착한 천사는 그 나라에서 악당으로 비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조금 덜 나쁜 사람, 아주아주 나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울려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진짜 못마땅한 사람들을 접해도, 속으로 욕하며 삭이면 뭐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인간의 불완전함, 악과 공존하는 세상의 필연성... 그것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욕망에 이끌려 죄를 지을 수 있고, 그래서 몰래 숨어서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하기에....
그래서 법과 관습, 전통과 도덕, 윤리가 존재하는 것이고, 상식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믿어왔다. 그동안 우리는 나쁜 짓을 하다 걸리면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거나 변명, 또는 유구무언 이라 죗값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아왔고, 그것을 정의라 여기며 신봉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저 한국의 엘리트들을 봐라. 도무지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도둑질하다 들킨 도둑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며 적반하장으로 덤벼드는 강도떼 같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거짓말로 상황을 호도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인 양 행세를 하고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울화가 터지는 지점이다. 정의가 유명무실한 헛껍데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이번 '야 5당 헌정수호 세력연합'이 창출하는 새로운 정부에서는, 제발 도둑질하다 들킨 도둑들이나 자신의 잘못으로 민폐를 끼친 사람들이 고개 만큼은 제발 쳐들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고개 숙여 반성하거나 침묵하며 죗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사회, 정의가 정의답게, 확실하게 정의되는 사회가 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이다.
특히,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자 내란 세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윤석열과 김건희에게는,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저지른 죄에 합당한 가장 혹독한 사형으로 다스려주길 바란다. 어쩌면 그것만이 우리들의 이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나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활개 치는 세상만은 아니어야 한다. 잘못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통하는 세상. 그것이 내가 바라는,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