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한국 외교, 70년대로 회귀하나? 미중 대립 속 우리의 생존 전략

알릴레오 북's 를 보았다. 유시민 작가, 조수진 변호사, 그리고 김동기 변호사까지, 세 사람의 깊이 있는 대화 덕분에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트럼프의 북한 접근 의도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신선했다. 보통 "북한과 미국 관계는 적대적이다", 아니면 "트럼프가 노벨상 욕심에 그랬다" 하는 피상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이 영상은 그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거대한 전략, 바로 미중 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북한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명쾌하게 파헤친다. 정말 통찰력이 대단하다. 이 영상은 단순히 북한 문제나 트럼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왜 지금 한국 사회가 이런 외교적 어려움을 겪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김동기 변호사 말처럼, 미국과 중국의 관계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부터 시작한 게 아주 탁월했다. 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적대적이었던 관계가, 72년 닉슨의 방중으로 급변했다. 그때 목적은 소련 견제였다. 냉전 시대 미국에게 유일한 지정학적 라이벌은 소련이었으니, 소련을 포위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순전히 지정학적 계산이었다. 그리고 소련 붕괴 후 클린턴 시대에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 이익 때문에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이어갔고,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여 이익을 보았다.

그런데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여 이제 미국 GDP의 70%에 육박하고 곧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오바마 정부 말기부터 슬슬 견제 모드로 바뀌다가, 트럼프 1기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유일한 지정학적 라이벌로 삼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미중 신냉전의 본질이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서는 자신을 따라잡으려는 어떤 나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혹은 '패권적'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과거 일본을 꺾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북한이 갑자기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과거 소련 견제에 중국을 활용했듯이, 이제 중국 견제에 북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 즉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베이징, 상하이 등 핵심 지역과 가깝다는 점이 미국에게는 중국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적대국이 되어 미국과 손을 잡고 국경에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은 절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모택동이 '순망치간'이라고 했던 것처럼, 북한은 중국의 입술이고 중국은 이빨이니,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그러니 미국은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쓰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폼페이오 전 CIA 국장과 김정은의 대화 내용은 정말 압권이었다. 폼페이오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정은이 웃으면서 중국은 거짓말쟁이라 하고, 중국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려 한다며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 우리 사회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론만 나오면 북한의 지령이라고 비난하곤 했는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미국 측에 자신을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니, 우리가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북한과 중국은 혈맹 관계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갈등과 불신이 쌓여왔고, 지금도 서로 이용하려 하거나 견제하는 복잡한 관계라는 김 변호사의 설명이 이런 김정은의 발언을 이해하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49년 중국 건국 시 북한의 도움, 6.25 전쟁 시 중국군의 작전 지휘권 행사로 인한 갈등, 50년대 후반 8월 종파 사건 때 중국과 소련의 김일성 견제 시도, 58년 중국군의 북한 철수, 60년대 중소 분쟁 시 북한의 등거리 외교, 그리고 92년 중국의 한중 수교로 인한 북한의 배신감까지, 이 영상이 제시한 북중 관계의 복잡한 역사는 정말 흥미로웠다. 북한은 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줄 타기를 해온 것이다. 푸틴에게 붙어 서방과 맞서는 것도 그런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는 이 시점에, 한국의 외교 현실을 돌아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현 정부가 보여준 외교 정책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경도된 듯한 모습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과의 관계를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빠르게 망가뜨려 버렸다. 영상 초반 '야 중국이야 미국이야 선택해' 하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고, 수십 년간 쌓아온 한중 간의 통상 및 협력 관계를 일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기업인들은 너무나 힘들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나라의 살림이 달려있는 문제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지하고 오만하게 외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마치 19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때를 기억하는가? 미국과 소련, 그리고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복잡한 외교적 줄타기를 해야 했던 시기 말이다. 그때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읽혔겠는가.
<전환시대의 논리>는 미국과 중국, 소련이라는 거대한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으려는 지식인들의 절박한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 닉슨의 중국 방문(1972) 등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영희는 한국이 더 이상 중국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에 대처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적인 외교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시각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다시 그와 유사한 국제적 변곡점에 서 있다. 미중 신냉전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은 70년대와 마찬가지로 강대국들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 리영희가 지적했던 '이분법적 사고의 함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로 다가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석열 내란수괴정부와 그 내란수괴 대행정부는 이런 역사적 교훈과 국제 정세의 복잡성을 깊이 성찰하지 못한 채, 감정적이고 이념적인 접근으로 외교를 펼치며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외교를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는 현실을 보며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망가진 한중 관계를 회복하고,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실리를 취하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짜는 것은 차기 정부의 엄청난 과제가 될 것이다. 과연 다음 정부가 이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어낼 지혜와 능력이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현 정부가 너무나 깊은 상처를 남겨 놓았으니 말이다.
이 영상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고,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나올 외교 안보 관련 논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지정학적 분석 틀을 제공해준다. 트럼프의 북한 접근은 단순히 그의 기행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전략적 이익, 즉 중국 견제라는 큰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는 점.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점. 마지막으로, 우리의 외교 현실이 왜 이렇게 불안정하고 위험한지, 그것이 어떻게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 질서 변화와 맞닿아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반도의 미래, 우리의 경제와 안보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단순히 감정적인 구호나 이념적인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이 영상처럼 냉철한 지정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상을 아직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꼭 시청해보길 권한다. 왜? 지금 한국이 이토록 힘든 외교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 다음 정부는 어떤 과제를 안게 될 것인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