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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6] 죽음과 파괴를 부른 언론 – 언론폭력의 실태

마라수 2025. 6. 10. 14:02


‘언론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그 말이 상징이 아닌 현실로 드러난 사례는 한국 사회에 수두룩하다. 언론은 단순한 보도의 창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가족을 파괴하며,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끝장내는 무기가 되었다. 언론폭력은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노무현 – 대통령의 죽음을 이끈 언론의 집요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단순한 정치적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언론이 권력과 검찰의 프레임에 맞춰 어떻게 한 사람을 ‘도덕적 파산자’로 몰아가고, 그 프레임을 매일같이 반복하며 국민의 의식을 지배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졌던 ‘박연차 게이트’ 관련 보도, 검찰의 흘리기 수사 내용, 그리고 언론의 확대재생산은 노무현을 몰락시킨 핵심 도구였다.

심지어 검찰 수사보다 언론의 공격이 더 먼저였고, 더 잔인했다. "봉하마을에만 머물고 있다", "국민을 기만했다", "도덕적 위선자다"라는 프레임은 반복됐다. 그는 결국, 언론이 만들어낸 ‘죽여도 되는 죄인’으로 낙인찍혔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이선균 – 사실확인 없이 터트린 마녀사냥


배우 이선균은 ‘마약’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잃었다. 경찰이 확인조차 하지 않은 사실, 혐의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연예부 기자들은 마치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아직 법적 결과도 없는 상태에서, 이미 그는 ‘마약 배우’로 불렸다.

심지어 집 앞에서 기자들이 진을 치고 가족들을 따라다니며 사생활까지 파고들었다. 이선균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태로 침묵했고, 그 침묵은 언론에겐 더 많은 추측을 위한 먹잇감이 되었다. 결국 그는 삶을 놓았고, 언론은 또 한 명의 ‘사망 기사’를 트래픽으로 치환했다.

조국 – 언론이 만든 국민적 마녀사냥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는 거의 하나의 ‘사냥’이었다. 검찰이 기소한 14개의 혐의보다,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 더 많았다.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특혜”, “가족 전체의 비리” 등은 매일같이 포털 메인을 장식했고, 가족 전체가 언론의 먹잇감이 되었다.

심지어 조국의 아내와 자녀, 심지어 20대 딸의 외모까지 기사화되었다. 언론은 단지 범죄 여부를 다룬 것이 아니라, ‘왜 그가 장관이 되어선 안 되는지’를 감정적으로 몰아갔다. 검찰이 수사했지만, 언론은 이미 판결을 내렸고, 대중은 그 프레임에 갇힌 채 분노했다. 그것이 바로 언론이 주도한 집단심리 조작의 결과다.

권력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 – 언론의 선택적 집요함


이 언론폭력은 언제나 공평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보수정권이 들어섰을 때 언론은 늘 관대했고, 대부분의 의혹은 ‘검토 중’ ‘사실무근’으로 덮였다. 기자들은 뒷짐을 지고 무심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갔고, 어떤 대형 비리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언론은 갑자기 현미경을 들이댄다. 단어 하나, 행동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사흘이 멀다 하고 뉴스를 만들어낸다. 마치 대기하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제부터 진짜 검증 시작’이라고 외치는 듯한 태도다. 그 뻔뻔한 선택적 윤리의식과 의도된 감시는 언론이 진실을 향한 감시자가 아니라, 특정 권력을 겨냥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것은 ‘보도’가 아니라 ‘폭력’이다


이런 사례들은 단지 ‘보도 윤리의 실패’가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폭력이고, 구조적 학살이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위치에서, 권력과 공모해 인간을 도륙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들은 혐의는 있으되 판결은 없는 상태의 사람을 사회적으로 사형에 처했다. 이보다 더 큰 사법유린은 없다.

더 이상 언론에 의한 죽음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는 언론에 의해 고통받고, 파괴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공론화되어야 한다. 언론은 정당한 비판과 확인된 사실을 보도해야지, ‘선도적 분노 조성자’가 되어선 안 된다. 언론개혁의 본질은 단지 오보 방지가 아니라, 바로 이런 ‘언론폭력’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다.

진실을 향한 검증 없는 탐욕, 클릭 장사에 눈먼 윤리 실종, 인간 존엄을 무시하는 폭주… 이것이 언론의 민낯이라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진짜 뉴스’의 탈을 쓴 악의적 프레임이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언론이 달라져야 합니다. 언론의 수준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기사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책임 있는 비판으로 언론의 정치 권력화를 견제해 나갈 때 언론의 수준과 기사의 품질은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세계시민기자포럼 영상 메시지
(200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