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생각: 척살 시스템 - 설계된 정치적 암살의 진실

나쁜 버릇의 정체
어제 총리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정말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있다. 정치는 원래 남 탓을 하는 게 기본이지만, 이들은 차원이 다르다. 남 탓을 하는 그 사유가 자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한다. 아주 시원하게 말이다.
김민석 후보가 학생운동으로 3년간 감옥살이를 해서 군대를 못 간 걸 문제 삼으면서, 그 순간 자신들의 병역 문제도 똑같이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이 양반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선원 의원이 윤석열과 주진우 의원의 병역 면제 사례를 간접적으로 거론하자, 주진우 의원이 발끈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라고 항변했다.
웃긴 건 국회의원의 병역 면제 사유는 프라이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적 검증의 대상이지. 그래서 병무청이 관련 내용을 공고까지 한다. 주진우 의원 본인의 병역 면제 사유도 '간염'이라고 병무청 공고에 나와 있다. 프라이버시가 아니니까 사과할 대상도 아니었다.

이중 잣대의 구조적 원인
주진우 의원이 김민석 의원의 출판 기념회 경조사비 신고 문제를 삼으며 '김민석 방지법'이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인들이 출판 기념회에서 후원금을 조절하거나 경조사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것은 여야 모두의 공통된 관행이었다. 더구나 주진우 의원 본인도 2023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조모상 조의금을 재산 신고하지 않았다.
본인도 자유롭지 못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김민석 의원만 그런 것처럼 문제 삼는 행태. 이게 바로 그들의 '나쁜 버릇'의 핵심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 제기를 할 때 그것이 자기들의 문제이기도 하거나 공통된 관행의 문제라면 더 이상 거론하지 못한다. 당연하지 않나. 그럼 "너는?"이라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 그렇다. 자기들은 쏙 빼고 자기들은 그런 흠결이 없는 사람들처럼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는다.

척살 시스템의 작동 원리
처음에는 이게 개인의 성향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지켜보니까 개인의 성향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척살 시스템'이다.
보수 쪽에서 특정 상대를 타겟으로 삼아 죽이려고 작정하고, 그런 설계와 기획을 하면, 그냥 여의도 정치권만 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언론 매체, 정보 기관, 사정 기관, 댓글부대, 시민 단체까지 일괄 동원 시스템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함께 일시에 작동한다.
조국 장관 때도 그랬고, 윤미향 의원 때도 그랬고, 김남국 의원 때도 그랬다. 정치 저관여층에게 물어보라.
"윤미향 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릅니까?" → "횡령이에요."
"김남국 하면 무슨 단어가 떠올라요?" → "코인입니다."
이게 정상이다. 왜냐하면 이런 공략적인 설계가 이루어지거든. 정보 기관의 조널 파일이나 검찰의 캐비닛 파일을 꺼내서 공략 리스트를 만들고, 그에 따른 일정표를 만들어서 몇 개 언론과 손잡고 "단독 단독" 연속으로 때린다. 그러면 다른 매체들은 낙종할까 봐 따라오게 되어 있다.
동시에 댓글 팀이 커뮤니티에 돌고, 오프라인에서는 보수 시민 단체들도 나서고, 포털에 하루에 같은 기사 몇 개씩 계속 띄우면서 일제히 파상 공세를 시작한다.


압도적 물량과 사실 관계의 무의미화
이 시스템의 핵심은 압도적 물량이다. 해명하다 보면 다음 기사 나오고, 해명하다 보면 또 다음 기사 나온다. 어차피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압도적 물량을 쏟아부으면 어느 순간 사실 관계가 무의미해진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 "가족 전멸, 싹쓸이" 이런 단어만 남고 사실 관계는 사라진다. 윤미향 의원에게는 "횡령"이 엄청나게 계속 쏟아졌고, 김남국 의원에게는 "코인"이 한 달 동안 막 쏟아졌다.
조국도, 윤미향도, 김남국도 대부분 초기 단독 보도들이 나중에는 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고, 법정에서 대부분 무죄가 나온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조국이 싹쓸이한 게 아니고, 윤미향이 횡령한 게 아니고, 김남국보다 더 코인 거래 많이 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다수 나와도 아무 상관없다. 왜냐하면 언론은 그쪽은 안 보기 때문이다. 나중에 전수조사에서 나와 봐야 김남국처럼 절대 안 된다. 그런 설계와 시스템에 의해서 물량공세를 퍼붓는 것도 아니고, 검찰이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니까.

고립을 통한 정치적 사망
이 과정에서 조국과 친하게 보이면 자기도 당할까 봐, 윤미향 묻을까 봐, 김남국 신세될까 봐 사람들이 주변을 떠난다. 그래서 그들을 고립시키면 성공하는 거다. 이미. 그리고 나면 그때 쏟아부은 단어만 남는다.
김남국 의원은 코인 관련해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른다. 몇 년 뒤에 법정에서 "어,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해 봐야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성공한 거다. 그런 시스템이 돌아간다. 오랜 세월.

왜 그들은 안전한가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타겟을 정해서 문제 삼을 때 자기 흠결을 안 본다. 왜냐하면 다 같이 그렇게 때려서 죽일 걸 아니까. 언론이 "야, 그런 문제 제기하는 너희는?"하고 되묻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런 패턴으로 진행된 적이 과거에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나쁜 버릇이라고 하는 거다. 그래도 되는 줄 안다.
변화의 조짐과 미래 전망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박선원 의원이나 이언주 의원, 최근에 한준호 의원이나 강득구 의원이 주진우 의원이 문제 삼는 걸 고스란히 똑같이 주진우 의원에게 묻고 있다. 계속해서 "그러는 당신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냐?"고 반문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렇게 대응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이런 방식의 설계와 기획에 당해왔다. 나도 그런 의도에서 입 막으려고 하는 소위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를 노린 고소고발을 정말 많이 당해봤다.

그런데 이제 검찰 개혁을 할 것이고, 검찰만 여기서 빠져도 힘이 쑥 빠진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의 끝은 항상 검찰의 기소거든. 검찰만 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빠져도 힘이 확 빠지게 되어 있다. 물론 정보 기관의 OB들도 한 축이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오랜 세월 자기들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 이 설계와 기획을 나는 '척살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이게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할 때가 됐다. 시작하면 먹히긴 한다. 하지만 시작 못 하게 해야 한다.
이번이 이재명 정부 첫 인사청문회였는데,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서 과거에는 그랬고 앞으로는 그래서 안 된다는 의미에서 길게 이야기했다. 이런 일들이 수십 년간 반복되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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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척살 시스템, 프레임으로 죽이는 정치
"윤미향 = 횡령", "김남국 = 코인", "조국 = 가족 전멸" 이 모든 단어는 언론과 검찰, 정치권이 만들어낸 '척살 시스템'의 산물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국민의힘의 ‘이중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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