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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건이 노출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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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법원의 이재명 사건 처리 과정은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한 헌법 제11조를 명백히 위반한 사례로, 대한민국 사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만큼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유무죄를 넘어 사법 시스템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전례 없는 속도전과 절차 왜곡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사건을 소부 심리 없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며, 사건 지정 10일 전 고지 의무를 무시한 채 2시간 만에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대법원 규칙 제16조의 "최소 10일 전 예고"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더욱이 연구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2일 만에 2차 심리를 강행한 것은 사전에 결론이 준비된 '졸속 재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속도전은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플로리다 재검표 중단 결정(3~4일 내 판결)보다도 더 극단적인 사례다.

선택적 법 적용의 위험성


동일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안에서도 피고인의 정치적 지위에 따라 절차가 달라진 점은 헌법의 평등 원칙을 훼손했다. 2022년 정읍시장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무죄 판단을 내렸으며, 이재명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동일한 법리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을 뒤집으며 이중 잣대를 드러냈다. 특히 12명의 대법관 중 2명이 무죄 의견을 제시한 점에서,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리 해석의 일관성 결여가 확인된다.

사법 정치화의 심각성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권 남용 의혹은 더욱 우려스럽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합의기일을 사흘간 두 차례 개최하며 재판을 서둔 것은, 사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쌓아온 중립성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행보다. 대법원이 "국민 주권의 시간"에 개입해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는 민주당의 비판은, 사법부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적시 경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법리 논쟁의 한계


허위사실 유포 혐의 자체는 법적 쟁점으로 남지만, 이는 사법 시스템 내에서 정상적인 재판 절차를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논란은 법리적 타당성보다 절차적 결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적 판단의 모호성

대법원은 이재명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허위사실로 규정했으나, 이는 사실 판단보다 해석의 영역에 가깝다. 예를 들어 '골프 동반' 사진의 부분적 제시를 '조작'으로 표현한 것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크게 의존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원칙을 적용한 점과 대조되는 대법원의 판단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정치적 발언의 사법화 문제

이재명의 발언 대부분이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나온 의견 표명이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정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 스스로도 "선거인의 종합적 판단 능력"을 인정하면서, 정작 재판에서는 법관의 해석을 강제한 것은 모순이다. 이는 '정치적 발언'과 '범죄적 허위사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성을 내포한다.

체제적 위기 vs. 개별적 위반: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 붕괴

헌법 위반 혐의는 사법부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체제적 위기다. 만약 특정 사안에서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관행화된다면, 이는 모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유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3년 통신비밀보호법 판결에서 대법원이 "종료된 대화 녹음 청취는 처벌 대상 아님"이라며 엄격한 법 해석을 보였던 것과 대비되는 이번 사례는 사법부의 선택적 엄격성을 증명한다.

민주주의 기반의 침식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특정 사건의 유무죄 문제지만, 헌법 위반 혐의는 전체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한다.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면 '권력의 견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이는 삼권분립 원칙의 붕괴로 직결된다. 2025년 대법원이 이재명 사건에서 보인 태도는 1960년대 독재 정권 시절의 사법 복종을 연상시킨다.

장기적 신뢰 상실의 대가

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절차적 불법성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극대화시켰다. 2022년 정읍시장 판례와의 모순, 2024년 통신비밀보호법 판결에서의 엄격한 해석 원칙 등을 종합할 때, 이재명 사건은 사법부가 스스로의 원칙을 배반한 '자충수'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결론: 사법 독립의 죽음이 민주주의의 종말이다


이재명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사에서 '절차의 정의'가 '실체적 정의' 앞에 무너진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헌법 위반 혐의가 더 중대한 이유는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가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법원이 특정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재판 절차를 유연화할 수 있다면, 이는 모든 국민이 차별적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 앞의 평등"은 강자에게 약자의 눈물을 강요하지 않고, 약자에게 강자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이다. 이재명 사건에서 드러난 절차적 불법성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부가 50년 동안 쌓아온 신뢰 자본을 일순간에 증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법부 스스로가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참으로 기이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논하는 대법원이 정작 헌법을 위반했는가의 문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한 정치인의 '말실수'는 징벌 대상이 되지만, 사법부의 '절차 무시'는 고상한 재량으로 포장된다. 대체 이 나라에서 더 큰 죄는 '골프 쳤다 안 쳤다'인가, 아니면 헌법 제11조와 제27조를 대놓고 짓밟는 것인가?

결국, 사법부는 “너는 거짓말했으니 유죄다”라고 판결했고, 국민은 “당신들은 헌법을 어겼으니 무죄다”라는 기이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재판하는 나라인가? 이쯤 되면, 이재명이 헌법을 지켜야 하고 대법원이 선거법을 지켜야 할 판이다.

이 나라의 정의는 참으로 유연하고, 사법의 기준은 참으로 창의적이다. 법 앞에 평등하다 했지만, 그 법 앞에는 국민만 서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