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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離

기억의 조각을 잇는 시간 (엄마와의 대화 한 장면/녹음파일 스크립트 )"어휴- 하나씩 드셔요."오늘도 나는 엄마에게 간단한 아침 식사를 차려드렸다. 엄마는 별 거 아닌 소박한 끼니에 감사하게도 참 맛있게 드신다."요지(이쑤시개) 드려?""응?""요지...요지 드려?""아니… 됐어."이 시간 엄마와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치매로 기억이 흐릿해져 가는 엄마의 기억을 잡으려는 소중한 나만의 작은 의식이다."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이젠 익숙해진 질문이다. 나는 장난스레 되묻는다. "엄마가 요일을 알아서 뭐 할 거여?""아니... 그...ㅎㅎㅎ 그래도 알아야지.ㅎㅎ"엄마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요일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잊혀가는 기억 속에서도 하루의 흐름을 잡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일요일은 교회.. 더보기
별리 한 여인이 있다.'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돌이켜보니 찰나였다이제 또 그 찰나의 시간 안에서나는 '엄마'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엄마는 이미 이별을 시작했다.나를 낳고비로소 당신 품에 안았을 때,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행복했다던 엄마그러나 그 행복이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이제 내 이름을 잊어간다엄마의 눈 속에서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긴가…민가...엄마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그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마침내 묻는다“누구슈?”“장가는 갔고?”“애는 몇이 슈?”밉다날 잊은 우리 엄마우습다바보가 된 우리 엄마슬프다내가2020년10월 20일 더보기
울 할머니를 꽁꽁 언 땅에 묻고 돌아와서.... 2006년 1월 7일며칠 전 12월29일 사랑하는 울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살아 생전 95세 천수를 잔병치레 없이 다 누리시고 돌아가신 할머니지만, 하늘나라로 보내 드리는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슬펐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허망하다.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내게도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없을 것 같음에, 나의 지나온 삶질의 세월이 사뭇 무상하기만 하다.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삶질이라면, 앞으로 남은 나의 시간은 거짓 없는 진실만을 듣고, 보고, 말하며 살고파 할머니의 살아생전 모습을 회고하며 '진실'에 대한 글을 이어갈까 한다.어쩌면 나의 가족사를 이런 공적인 공간에서 하는 것이, 혹 할머니의 영혼을 어지럽히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지만, 울 할머니 마음이 디~따 좋은 분이시라 아마도 용서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