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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짐 푸는 중

세월호참사와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 해본다

 

2014-08-27 

세월호 사태가 장기화하였다. 예기치 못한 해상사고가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초기대응 탓에 대형참사가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의문과 의혹이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면서 세월호 참사는 이제 역사적 대형재난사건이 되어버렸다. 지금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 그리고 수습방법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들 사이에 오가는 수많은 말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비극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건 이 비극이 끝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는 인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 짜증을 내고 누구는 그런 비정한 소리 하지 말라며 야박한 세태를 개탄한다. 그리고 참사로 소중한 딸을 잃은 한 아빠는 세월호 특별법 통과에 목숨을 내걸었고 또 다른 유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발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며 애원하고 있다. 

이 와중에 권언유착의 달콤함을 누리는 보수언론은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에게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그런 쓰레기 기사에 부화뇌동한 무심한 사람들이 짐승의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문명국이라면 여기서 이제 우리는 다 같이 냉정하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오늘날 OECD 회원국으로써 이만큼 먹고사는 건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가능했던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백번 천 번 양보해서, 기적 같은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일사불란한 성장제일주의 경제정책 덕분이었고 그 정책을 이어 나아 가야만이 국경 없는 자본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여기서 잠시 민주주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래야 내일은 내가, 내 부모, 형제, 자식이 당하게 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이런 후진 국적인 구조와 시스템을 고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시비비를 떠나, 물신숭배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성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잘 실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번번이 우리의 생각과 주장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서로서로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수천, 수만 년 동안 치열하게 터득한 철학의 산물이며 가장 지성적인 제도라고 한다. '지성적이다'란 것은? 세상의 모순을 알고 그것에 고민하고 그 모순을 타파하려는 성향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 지성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주의라 선언할 수가 있다. 학교에서 배워 단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민주주의, 실천과 행동이 없는 관념적 민주주의는 마치 책으로 운전을 배우고 사랑을 책으로만 읽고서 그것을 아주 잘 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또 민주주의를 정의함에 단 하나 이것만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웃기는 일이다. 만 명이 생각하면 만 가지의 민주주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사불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어쩌면 시끄러운 게 숙명이고 그것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효율과 능률적인 것만 본다면 민주주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제도이고 오히려 독재체제가 일사불란하게 효율과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독재가 우리를 겁박하고 굴종의 삶을 강요했으며 '아니꼬우면 출세하라.'이란 유행어에서 보듯이 권력지상주의의 무자비한 한만 남겨주었을 뿐 전혀 행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투쟁하여 다시 선택한 것이 지금의 민주주의이고 우리 중 대다수는 나름 치열하게 이 민주주의를 지켜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치 현실을 깔보는 것만 보아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불협화음을 내는 것일까? 원인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 원인이야 많겠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지금부터 논리적으로 밝혀내고 이 어수선한 난국을 푸는 실마리를 보여주려 한다.

지금 당장 각자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그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신이 인식하고 믿고 있는 민주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의심이 들 때 그것에 가치부여를 더 많이 하면서 그다음부터 떠올려지는 가치들을 역순으로 배제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을 거둘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는 여론, 언론, 참여, 조직, 정당, 토론, 조정, 타협, 투표, 다수결, 승복 기타 등등의 많은 과정이 있다. 강조하지만 수만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 많은 과정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루려는 올바르고 이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민주주의는 결코 결과가 아닌 삶과 같은 과정이란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밥을 먹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 그리고 똥을 싸는 행위들과 같다고 할 수가 있다. 행위에는 다 과정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쳐야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그 행위가 모두에 이해가 되고 그 행위자는 의심 없는 만족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길을 가다가 똥이 마려우면 화장실부터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무 데나 볼일을 보면 그건 개다.

다행히 화장실을 찾았으면 빈 곳을 찾아야 한다. 빈 곳이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새치기를 한다거나 만약 누가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같이 보자며 문을 열고 들어간다든지 또는 아랫도리 내리고 쭈그려 앉은 사람을 내쫓고 그 변기를 차지했다가는 아마 살인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사히 용변을 다 마쳤으면 뒤를 휴지로 잘 닦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손으로 닦거나 닦지 않고 그냥 바지를 올리면 그건 박약이다.

뒤처리를 다 했으면 손을 씻으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렇지 않고 그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면 그건 양심이 불량한 것이다.

용변의 행위를 정상적으로 다했다? 그러나 안심하지 마라. 지퍼를 올렸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방심했다간 덜떨어진 놈이 되어 온종일 뒤통수가 근질거릴 것이다.

또 사랑을 나누려며 먼저 상대를 만나야 한다. 미성년이 아닌 반드시 주민등록증 취득자여야 함은 물론이고 기혼자 역시 피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호감을 얻고 동의를 얻어야 하며 행위장소도 마련해야 한다. 또 여건에 따라 피임 용품도 준비해야 하고 샤워로 몸을 청결히 해야 할 것이다.

육박전에 앞서서 군인 정신인 유비무환, 임전무퇴는 장려하는 바이지만 초전박살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상대는 초전박살의 만만한 상대가 절대 아니다. 수색과 정찰을 수없이 해야 하고 때로는 산을 오르내리는 산악전과 고지전, 매복, 계곡을 통해 숨어드는 빨치산게릴라전도 각오해야만 하는 장기전의 대상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기계화사단에 지원요청도 해야 할 막강한 상대라는 걸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야 동동 무사히 볼일 다 봤다?

그러나 안심하지 마라. 사랑은 쌍방행위이다. 혼자만 좋아선 안 된다. 상대를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상대가 시큰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대로 마무리를 했다가는 별 볼 일 없는 고개 숙인 남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상대는 전희보다 후희에 더 감동을 할 수가 있다. 후희에 정성을 다하면 쌍방이 즐거웠던 시간으로 될 수가 있고 또 다음을 약속받는 기회란 희망이 생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실수는 그때 만회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자기 욕구만 채운 행위는 반드시 사달이 나고 만다. 미성년 성범죄, 간통. 강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길게 주저리주저리 예를 든 것은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똥을 싸는 거와 같이 혼자서 수행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사랑 행위와 같이 상대가 있어 같이 수행해야만 하는 민주주의…….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이고 마지막까지 나를, 상대를 다시 돌아보며 잊은 건 없는지 서운한 건 없는지 챙기고 보듬고 따뜻한 위로와 칭찬을 하는 등등…. 자상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박근혜 정부를 보자.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살려달라고 납작 엎드려 표 구걸할 때와 승자가 된 지금, 높은 곳에 올라서서 국민을 내리 쳐다보는 저 고압적인 불통을 보고 있자니 과정도 과정이지만 불한당처럼 자기 욕심만 채우고 배 째라는 심보다. 그러니 이렇게 사단이 끊이지 않고 나는 것이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이라도 패자를, 소외된 사람들을, 힘없어 사회 그늘진 사각지대에서 악 소리도 못 내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국가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아 생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이제라도 다정다감한 호의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다시 말해 당신들이 보여준 전희와 과정은 개 실망이지만 제발 후희라도 제대로 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권력질 말고 말이다.

베버는 말했다.

"권력이란 타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

저 말이 사실이면 권력과 강간의 속성은 같다. 자기 욕망에만 충실하면 개새끼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권력을 견제하고자 생겨난 것이 민주주의란 제도다. 그러니 만약 이 정부가 민주주의 절차를 거친 민주공화국이 맞는다면 권력 질만 하지 말고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나는 그 첫걸음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듬어 주는 것이고 그것이 엉클어진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라고 감히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