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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탄핵, 한국 민주주의의 축복인가 저주인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또 한 번의 탄핵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상 없는 혁명"이라고 칭찬하며, 정치적 위기를 헌법적 절차로 해결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다르다. 우리는 과연 효율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가? 아니면 가성비 낮은 민주주의라는 굴레 속에서 비효율과 피로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윤석열 탄핵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20년간 3번의 탄핵, 무엇을 남겼는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한국은 20년 동안 세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헌법적 절차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정치적 비용: 탄핵은 단순히 권력자의 퇴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국론은 분열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극단적 대결 구도가 심화된다. 노무현 탄핵 이후 한국 사회에 급격히 성장한 극우 세력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며 갈등의 골을 깊게 파고들었다.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이 대결 구도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사회적 비용: 탄핵 과정은 국민에게 엄청난 피로감을 남긴다. 탄핵이 한 번 발생할 때마다 매체는 연일 갈등과 폭로를 보도하고, 정치권은 이를 증폭시켜 국정을 마비시킨다. 민주주의는 비용이 드는 제도지만, 우리가 지불한 비용은 지나치게 크다.

언론의 실패와 민주주의의 비효율

탄핵의 배경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언론의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노무현 탄핵은 편향적 보도가 여론을 왜곡하며 무리하게 추진됐다. 박근혜 탄핵은 최순실 사태를 폭로한 일부 언론의 활약이 없었다면 끝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윤석열 탄핵 역시 그의 부적합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언론이 대통령직에 오르게 한 데 책임이 있다.

한국의 언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1. 검증의 부재: 언론이 후보자 검증에 실패하면서 국민은 정보 부족 상태에서 부적합한 지도자를 뽑게 된다.

2. 감시 기능의 실종: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도 언론은 권력 감시에 소홀하며, 위기의 순간에만 작동한다.

3. 극단적 편향성: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보도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언론의 역할은 민주주의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4번, 5번, 6번의 탄핵"도 불가피하다.

민주주의의 피로감과 정치의 본질

탄핵이 반복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은 국민에게 "민주주의 피로감"을 안겨준다.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권력이 공정하게 운영되어 정치가 국민의 일상에 스며들지 않는 상태다. 국민은 정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갈등과 소음을 강요하며, 피로를 누적시키고 있다.

윤석열 탄핵은 단순히 한 대통령의 퇴진 문제가 아니다. 이는 부실한 언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문화, 극단적 대결 구도가 낳은 필연적 결과다. 이런 정치적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 없이는 정상적인 민주주의도 없다


탄핵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지만, 그 안전장치가 반복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탄핵 없는 민주주의는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국민이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탄핵 없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려면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필요하다.

1. 언론 개혁: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편향성을 줄이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치인 검증과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2. 정치문화 개선: 극단적 대결 구도를 완화하고, 합리적 토론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3. 국민의식 제고: 언론 소비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정보를 요구하고,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완성은 언론에서부터


윤석열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가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 반복되는 민주주의는 결코 성숙하다고 할 수 없다. 문제의 근본은 언론이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탄핵을 준비하며 피로한 민주주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국민에게 안정을 주는 시스템이 되려면, 언론의 개혁과 책임 있는 보도가 필수다. 민주주의는 언론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언론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