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의료 시스템은 이번 전공의 사태를 통해 한계에 다다랐다. 윤석열 정부의 졸속 의대 증원 정책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깔린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낸 임계점이었다. 그리고 지금, 전공의들의 복귀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마지막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 의료 붕괴,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착각한다. 의사 수를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그러나 의료 위기의 본질은 숫자에 있지 않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야기한 의료 공백은 '의사 부족'이 아니라 '공공의료 무능'이 불러온 결과였다. 실제로 대학병원은 전공의 없이는 단 몇 달도 버티기 어려운 상태였고, 그 공백은 곧 암 환자의 수술 지연, 응급실 폐쇄, 지방 병원의 기능 마비로 이어졌다.
수치로도 명확하다. 2월부터 7월까지 암 수술 건수는 전년 대비 16.8% 감소했고, 지역 병원은 응급 환자 수용조차 거부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이는 단지 사람 수의 문제가 아니다. 전공의라는 값싼 노동력에 기댄 비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의 붕괴다.
❚ ‘값싼 노동력’에서 ‘미래 의사’로
전공의는 더 이상 병원의 야근 전담자도, 기계적인 노동자도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들이 제시한 세 가지 요구는 단순한 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의료의 방향성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다.
첫째,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
둘째, 전공의 수련환경 정상화.
셋째, 의료사고에 대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이 요구는 “일해줄 테니 대가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의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리스크, 감당하기 힘든 근무 시간, 질 낮은 수련 구조는 결국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 구조를 고치지 않고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허약한 뼈대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 분노하는 국민들, 그 감정은 정당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감정, 충분히 이해된다. “특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무너진 원칙과 신뢰에 대한 시민의 정당한 분노다.
누군가는 말했다.
“왜 먼저 돌아온 의대생은 바보가 돼야 하느냐.”
맞다. 옳은 선택을 한 이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감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문제를 수습하려 한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복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배워야 한다. 시민을 무시한 정책은 실패하고, 책임 없는 타협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그렇기에 이번 복귀는 단순한 원상복구가 아닌, 의료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감정을 정치와 의료계가 먼저 읽어야 한다.

❚ 박주민이 꺼낸 대화의 불씨
이 거대한 갈등의 한복판에서 박주민 의원이 던진 중재안은 ‘타협’이 아니라 ‘전환’의 시그널이었다. 그는 1년 넘게 55차례 의료계와 대화했고, 의료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한 독립 기구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이 기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데이터 중심의 증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기 감정 대응이 아닌, 장기적 인프라 구축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는 “전공의 복귀는 특혜”라는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 전공의는 이번 사태의 피해자이자, 대한민국 의료의 최전선에서 가장 큰 책임과 위험을 감당한 세대였다. 그들이 돌아와야 한다. 돌아오되, 이제는 ‘시스템의 부속’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 진짜 개혁은 지금부터다
이번 전공의 복귀는 끝이 아니다. 진짜 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행위별 수가제: 의료행위 자체보다 장비와 검사가 돈이 되는 구조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낳았다.
비급여 시장과 실손보험의 기형성: 고가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의 결합은 의료를 '시장화'했고,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한다.
지역 의료 공백: 지방 병원은 비인기 과 의사 부족에 허덕이고, 수도권으로 의료가 집중된다.
이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공의 복귀를 시작으로 이제 의료개혁의 물꼬는 트였다는 점이다.
🔚 결론: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를 잃는다
정재훈 교수는 말했다. “이번 기회는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말은 곧,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이후 10년, 20년 동안 한국 의료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은 단순한 복귀 협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재설계’할 가장 드문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의료진과 시민, 정부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복귀는 출발이다.
이제 개혁은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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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타협인가 전환점인가
전공의 사태, 의료계 갈등, 그리고 타협의 조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의료 현장의 중재 시도, 전공의들의 복귀 요구안,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구조적 병폐를 짚어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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