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에 펼쳐진 황당한 쇼
2025년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장.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그 남성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 소속 4선 국회의원 안철수였다.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의견 표명이 아니었다. 조국과 윤미향은 이미 사면됐다.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 정류장에서 혼자 팻말을 들고 있는 격이었다. 네티즌들은 "사면을 했는데 뭘 반대해요?", "늦잠을 주무셨나? 뒤늦게 봉창을 두드리는군요"라며 조롱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장소와 타이밍이었다. 광복절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엄숙한 국가 행사다. 그런 자리에서 개인적 정치 퍼포먼스를 벌인 것에 대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다", "광복절 행사를 정치판으로 가지고 노는 천박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안철수의 행동은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8월 22일 전당대회)을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재명 정부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며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꼼수다.
바이러스 백신에서 정치 바이러스까지
안철수라는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8년, 의학박사 과정 중이던 그는 국내 최초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1'을 개발했다. 7년간 이를 무료로 배포하며 '공익적 기업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1995년 안랩을 설립해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였다. 의사, 프로그래머, 기업가를 거친 독특한 이력과 겸손한 인품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 현상'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그 '무릎팍도사' 출연이 훗날 독이 되어 돌아왔다. 방송에서 한 여러 발언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2013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프로그램에 '권고' 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교과서에 실렸던 그의 미담들도 결국 삭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간철수'에서 '안초딩'까지: 정치적 실패의 연대기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는 초기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막판에 사퇴하며 '간철수(간을 보다가 시기를 놓친다는 뜻)'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그의 정치 행보는 일관된 실패의 연속이었다.
2017년 대선에서는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묻는 유치한 모습을 보이며 '안초딩'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홍준표 후보조차 "이게 지금 대선 토론인지 초등학생 감정 싸움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을 정도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의 리더십이었다. 함께 일했던 정치인들은 그를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이 단순히 떠나는 게 아니라 안철수의 적이 되지 않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제3지대를 괴멸시킨 장본인
안철수의 가장 큰 '공로'는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를 완전히 소멸시킨 것이다.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3석으로 몰락했다. 이 과정에서 중도 정치 세력 자체가 존재 기반을 잃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2015년), 국민의당 분당(2018년), 바른미래당 실패까지... 그가 거쳐간 정당들은 하나같이 분열되거나 소멸했다. 마치 정당을 해체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듯하다.
2025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불가사의
현재 안철수는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했지만 정치적 보상은 미흡했고, 올해 7월에는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5일 만에 사퇴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런 그가 광복절 행사에서 벌인 이번 퍼포먼스는 그의 정치적 감각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사면된 인물들에 대한 '반대' 플래카드를 드는 모습은 상황 파악 능력의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국 정치사의 영원한 미스터리
안철수라는 인물은 한국 정치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술적 성과로 쌓은 초기 신뢰를 정치적 자본으로 전환시키려 했지만, 정작 정치에서는 연속된 실패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15년째 정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가 컴퓨터 바이러스는 성공적으로 퇴치했지만, 정작 자신이 한국 정치에 바이러스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제3지대를 괴멸시키고, 정당을 분열시키며, 이제는 국가 행사마저 정치 쇼의 무대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가 정치 바이러스가 되어버린 아이러니.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가 아닐까.
"안철수 연구는 한국 정치에서 '비전문가의 전문 정치인화' 과정을 관찰하는 사례이다. 그의 지속성은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아닌 체제 내 적응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그 적응 과정에서 한국 정치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
광복절 플래카드 해프닝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안철수라는 인물이 가진 정치적 한계와 시대착오적 감각이 집약된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시대착오적 인물들의 퇴장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정체불명 비행물체의 등장

위 이미지는 내가 2011년 9월, 안철수가 맨처음 서울시장 여론조사에 36.7% 란 지지율이 잡혔을때 나타난 현상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2025년 광복절, 안철수는 다시 한번 증명했다. 자신이 여전히 '미확인 비행물체'라는 것을. 시대 감각도, 상황 파악도, 정치적 센스도 모두 미확인 상태인 채로 말이다.
어쩌면 그는 영원히 착륙하지 못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국 정치 상공을 맴돌며 가끔씩 이상한 신호를 보내는,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로 남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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