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6년 만에…대법, 송철호·황운하 무죄 확정 | 중앙일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과 송 전 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에 대한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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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25년 8월 14일, 대법원이 울산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피고인 전원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기소한 지 5년 7개월 만의 결론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정 다툼을 넘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어떻게 검찰권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2016년 울산에서 발생한 고래고기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작은 환경범죄 사건이 어떻게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공방으로 변모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모든 것의 시작: 울산 고래고기 사건
사건의 발단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 중부경찰서가 불법 포획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고기 27톤(시가 약 40억 원)을 압수하여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DNA 검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압수된 고래고기 중 21톤(약 30억 원 상당)을 한 달 만에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었다. 이후 DNA 검사에서 해당 고래고기 대부분이 불법 포획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가 2013년까지 울산지검에서 환경·해양 담당 검사로 일했던 '전관'이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전관특혜' 사안이었다. 경찰은 이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대부분을 기각했다. 고래고기를 돌려준 담당 검사는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며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막아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도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것이 바로 검경 갈등의 출발점이었다.
검경 갈등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울산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경 갈등이 심화되던 2018년 초, 울산지방경찰청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에서 이첩된 첩보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2019년 11월,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울산지검에서 수사해오던 김기현 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었고, 검찰은 이를 '청와대 하명수사' 가능성을 의심하며 본격화했다.
검찰의 주장은 이랬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시장 측 비위 첩보를 만들어 경찰에 하달했고,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이를 받아 '하명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황운하 전 청장은 수사가 '토착 비리 수사'였을 뿐이며, 청와대 첩보가 경찰청 캐비닛에 두 달간 방치된 점을 들어 '하명수사'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도 해당 첩보가 외부 공직자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을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 따라 이첩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황운하 전 청장은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가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검찰의 전관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청와대 하명수사' 프레임을 씌워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계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행보를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난다.
2020년 1월 29일, 윤석열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이는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직접 지휘한다고 밝힌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검찰이 울산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공소장에 30여 차례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2021년 4월,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대해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2024년 3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재수사 명목으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조국 대표는 이를 "윤석열 검찰의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그 의미
5년 7개월의 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황운하 의원은 이 판결을 "검찰의 조작 수사이자 보복 기소"이며 "윤석열 검찰 쿠데타의 실행 과정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송철호 전 시장도 "정치검사라는 말은 이제 우리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수사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진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형제 및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원래 이 사건의 시작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및 형제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였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김기현 전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과 김기현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었지만, 검찰의 비협조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경찰이 김기현 전 시장 형제들이 출처 불명의 돈을 받은 사실을 발견하고 계좌 추적을 시도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막아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 전 시장 동생 사건에 대해 울산지검이 2019년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는 덮기 위해서" 김기현 의원의 형제와 측근들의 비리를 덮었다며 이는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지금이라도 김기현 측근 비리에 대해 철저한 재조사 또는 특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사건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정치적 야망의 발판
윤석열이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첫째,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강인한 검찰총장 이미지였다. 둘째,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적 대결 구도였다. 셋째, 보수층의 지지와 정치적 입지 강화였다.
물론 직접적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을 꿈꾸었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고강도 수사가 당시 집권 세력과의 갈등을 통해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후일 그의 대통령 출마 및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황운하 의원이 "이 사건 기소 당시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임진다며 기소를 강행했다"고 언급한 것은, 당시 윤 총장이 이 사건에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나가며: 검찰권 남용에 대한 성찰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서 시작된 이 긴 여정은 결국 무죄로 끝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권 남용의 실상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검찰은 사법기관이지, 정치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찰은 명백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소권을 남용했다. 환경범죄에서 시작된 작은 사건이 어떻게 거대한 정치적 음모론으로 포장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정치적 야망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우리는 목격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검찰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법안은 주목할 만하다. 이 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다음과 같은 기관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되어 기소 및 공소 유지, 영장 청구 기능을 담당하되,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한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되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내란·외환, 마약 등 8대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를 담당한다.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되어 중수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업무를 조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도 완전히 폐지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는 판사·검사·경무관 등의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공소청 또는 공수처를 선택하여 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러한 개혁안이 8월 말 또는 9월 초에 당론으로 발의되어 추석 전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권 남용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을 견제하는 시민의 감시가 필요하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윤석열 정치적 야망 형성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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