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기록 공개하라" 1백만 돌파‥숙고의 가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방대한 사건 기록을 대법관들이 다 본 건지, 전자문서 접속 기록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에 백만 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대법원은 기록을 다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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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줄 서서 먹는 맛집 하나쯤은 있다. 그리고 며느리도 모른다는 그 집만의 특별한 비법은 '영업 비밀'이라고 쉽게 공개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만약 그 맛집이 "우리 음식은 10단계의 정밀한 조리 과정을 거쳐요!"라고 홍보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주방 CCTV에 어떤 날은 3단계만 거치고, 어떤 날은 옆집 레시피를 슬쩍 참고한 듯한 모습이 찍혔다면 어떨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 거다.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결정, 특히 대법원의 판결 과정을 두고 이와 비슷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과정 역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서 '주방 CCTV'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기록' 또는 '로그 파일'이다.
판결이라는 요리, 그 레시피와 조리 과정은?
대법원에서 하나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마치 복잡한 요리처럼 여러 단계를 거친다.
●1차 조리 (소부): 먼저 소수의 대법관들과 그들을 돕는 연구관들이 사건을 면밀히 검토한다. 이때 어떤 자료를 보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컴퓨터 시스템에는 자연스레 '디지털 발자국'이 남게 된다.
● 특별 레시피 적용 (전원합의체): 만약 1차 조리에서 결론이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 대법원장님을 포함한 대다수의 대법관님들이 모여 다시 한번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친다. 이때도 1차 조리팀의 검토 내용이 다음 팀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새로운 팀은 또 어떤 고민을 했는지 '디지털 발자국'이 남아야 한다.
'디지털 발자국', 왜 중요할까?
이 '디지털 발자국'은 판결이라는 요리가 과연 홍보한 '10단계 정밀 조리 과정'대로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 과정의 일관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중간에 갑자기 기록이 끊기거나, 특정 시점의 기록만 부풀려져 있다면? "어, 이 부분은 제대로 된 건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참여의 진정성: 마치 팀 프로젝트 발표 때 이름만 올린 조원처럼, 실제로 깊이 관여하지 않았는데 형식적으로만 참여한 것처럼 기록이 꾸며져 있다면 신뢰하기 어렵다. 모든 요리사가 레시피의 각 단계에 충실히 참여했는지 보여줘야 한다.
● 숨겨진 조력자?: 공식적인 조리팀 외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특별 자문단' (김씨및 장씨)같은 이들의 기록만 잔뜩 있다면, "원래 레시피대로 한 거 맞아?"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기록을 공개하면 판사들이 위축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조리 과정을 공개하면 우리 맛집의 비법이 다 드러나고, 앞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는 걱정도 있을 수 있다. 즉, 재판 과정의 세세한 기록 공개가 판사들의 소신 있는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미 요리가 완성되어 손님상에 나간 후라면 어떨까? 손님이 "이 요리, 정말 광고처럼 정성껏 만드신 건가요?"라고 물을 때, "그걸 알려드리면 다음 요리 맛이 변해요!"라고 답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네, 여기 저희의 정성스러운 조리 과정 기록입니다!"라고 당당히 보여줄 수 있다면 신뢰는 더욱 커질 거다.
투명한 '디지털 발자국' 공개, 신뢰를 쌓는 첫걸음
결국,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국민들이 "아, 정말 공정하고 철저한 과정을 거쳐 이런 결론이 나왔구나!"하고 믿을 수 있을 때,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도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발자국'은 그 신뢰를 쌓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만약 모든 과정이 떳떳하고 정당했다면, 그 기록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마치 맛집이 "우리 주방은 언제든 공개 가능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처럼, 사법부도 국민의 물음에 투명한 기록으로 답해야 한다.
노무현의 유산, 지금 이재명을 돕다
이 '디지털 발자국'의 중요성을 아주 오래전, 마치 훗날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깨달은 사람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기록은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자정부시스템' 도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었다. 당시에는 그저 행정 효율화 정도로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숨겨져 있었다. 누가 언제 어떤 기록에 접근했는지, 그 모든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도록 한 것. 그것은 단순한 기록 보존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불공정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마치 묻혀 있던 타임캡슐이 열리듯, 그 시스템이 남긴 기록들이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하고 있다. "20년 뒤, 대법관들이 2심 문서에 로그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믿기 힘든 정황들이 바로 그 '디지털 발자국'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가장 힘겨운 법적 다툼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과거의 역사가 보내는 예기치 못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소설가 한강의 문장처럼,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기적 같은 순간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한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뿌린 개혁의 씨앗, 그가 남긴 시스템이라는 유산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재명 대표에게 정의를 향한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이미 떠난 이의 혜안이 남아있는 이에게 힘이 되는,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노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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