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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MBC 데스크였다면 – 김병기 보도, 무엇이 빠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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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가 보도한 김병기 의원 아들 국정원 취업 관련 의혹. 뜨거운 반응 속에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는 쪽과 "시점이 이상하다"는 쪽. 그런데 나는 기자정신의 관점에서 되묻고 싶다. 우리는 과연 진실에 다가간 것일까, 아니면 권력투쟁의 장기판에 말을 얹은 것뿐일까.

9년 전 일이다. 제보가 국정원에서 왔다. 김병기 의원의 아들 채용 과정에 이상이 있다는 내용. 청탁이 있었고, 녹취도 있다 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단독 건이 아니었다. 기자라면 즉시 머릿속에 질문을 던졌야 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김병기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야권의 정보 전문가이자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 온 인물이다. 국정원 내부에서 반발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미 국가정보원과 감사원이 2018년, 그리고 2025년까지 두 차례 감찰을 통해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린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이 제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에 두 개의 사안이 뒤섞여 있었다. 하나는 연좌제에 의한 탈락 의혹. 다른 하나는 청탁 의혹. 전자는 국정원이 야당 인사의 아들을 배제하기 위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 즉 국가기관이 연좌제로 정치에 개입한 심각한 사안이다. 후자는 김병기 의원 배우자의 통화로 인해 '부당한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MBC는 너무 성급하게 하나의 프레임으로 포장했다. ‘현직 국회의원 아들, 국정원 청탁’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하지만 당시 김병기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쫓겨난 인물이었다. 권력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내부에서 버림받은 국정원 출신이었다. 청탁을 했다면 오히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아닌가.

만약 내가 데스크였다면, 이 제보에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새끈하고 자극적이다. 클릭도 조회수도 보장된다. 그러나 그 직후, 기자의 소명감을 되새겼을 것이다. ‘이게 과연 공익인가?’

나는 사건을 둘로 나눴을 것이다. 먼저, 청탁 의혹은 녹취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그 통화의 배경을 설명했어야 한다. 그 전화는 실제로 채용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전화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고, 국정원 내부에서도 "연좌제"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따라서 김병기 측의 해명을 반드시 같은 비중으로 보도했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공익적 가치가 있는 ‘연좌제’ 문제는 후속 보도에서 별도로 조명했어야 한다. 국정원이 어떤 정치적 기준으로 사람을 걸러냈고, 그 피해자가 누구였는지, 제도적 개선은 가능한지를 묻는 탐사 보도였으면 이건 MBC의 퓰리처급 역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언론이 던진 단독 보도는 김병기 부인의 통화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국정원 조직의 정치적 타락 문제는 온데간데없다. 심지어 김병기 의원은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 먼저 전화하라고 해서 배우자가 연락한 것"이라며, 단순한 항의성 통화였지 청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 녹취 파일을 청탁 정황으로 몰아갔고, 국정원의 연좌제식 배제 의혹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결국 ‘정치적 정적’을 겨냥한 제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대선이나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타이밍 맞춘 공격성 보도’로 귀결되고 말았다.

정말로 공익에 부합하려면, ‘누가 말했는가’보다 ‘왜 말했는가’를 따져야 한다. 이 보도의 이면엔 국정원 내부 권력의 흔들림, 정보기관의 보복성 행태,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MBC는 그 프레임을 독자에게 건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나는 MBC를 아직 신뢰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아쉽다. 한쪽만 들여다본 단독보도는 결국 진실이 아닌 권력 싸움의 편파적 중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언론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언론, 그런 MBC를 원한다.

청탁인가 항의인가, 김병기 사건의 구조적 맥락을 해부한다

사건의 흐름과 타임라인2014~2016년 →김병기: 박근혜 정부 시절, MB 정권(이명박)에 의해 국정원에서 사실상 밀려난 상태. →김병기 의원의 아들, 기무사 장교출신, 국정원 공개채용 시험에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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