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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의 나라, 뉴얼코프와 검찰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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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 고졸 출신의 28세 청년이 코스닥 상장사 뉴얼코프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터졌다. 재벌 4세들의 이름을 빌려 주가를 띄우고, 3개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며 수백억 원을 손에 쥔 남자. 그는 조영훈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주가조작’이 아니었다. 진실은, 그 뒤에 숨은 검찰 권력의 비호와 은폐, 그리고 정관 카르텔의 실체를 드러내는 거대한 권력 드라마였다.


조영훈은 “진형구도 3억 썼어요”라고 법정에서 분명히 증언했다. 진형구는 한동훈 장관의 장인으로, 덱트론 감사와 파인오토렌탈 이사로 등기부에 명백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조영훈의 주장을 “신빙성 없다”며 일축했고, 수사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피해자 대리인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중단했다. 이상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왜 진형구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는가. 왜 판결문에는 ‘진형구는 자금 인출과 무관하다’는 전제가 당연한 듯 기재되어 있는가.

더 충격적인 건 조영훈의 ‘탈옥’이다. 2011년 2월, 그는 ‘외조모상’이라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구치소를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검사는 유상범이었다. 결정서에는 ‘기타 중대한 사유’라 적혀 있을 뿐, 구체적 사유조차 없다. 외조모상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전례는 거의 없다. 도주한 수감자 14명 중 유일하게 9년간 붙잡히지 않은 인물, 조영훈. 검찰과 법무부는 그를 적극적으로 추적하지도 않았다. 방조된 탈출, 아니 방치된 ‘면죄부’였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조영훈은 누구였나. 단순한 사기꾼인가, 아니면 권력의 총알받이였는가. 대검 감찰문건에는 “김건희씨가 뉴얼코프 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조영훈의 도주를 도운 정황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조영훈은 김건희와 2000년대 중반 줄리아나 나이트에서 교류했고, 수입차 딜러 시절도 함께했다는 증언이 있다. 그의 뒤에는 진형구, 유상범, 양재택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주가조작 카르텔의 ‘패밀리 네트워크’다.

그 연결고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봉욱 검사는 신동아 보도 삭제를 요청하며 “상명하복 구조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조남관 전 차장검사는 최순실 관련 위증 수사보고서를 묵살했고, 다른 고위 검찰 간부들은 대기업 사외이사로 진출하며 전관예우의 전형을 보여줬다.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그 직전 농협에 대한 특혜대출 수사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조영훈은 구속 후에도 서울중앙지검 조세조사3부장실에 매일같이 출석해 검찰 전화, 컴퓨터, 면회, 음식 제공까지 받으며 ‘황제 수감생활’을 했다. 그 부장검사가 유상범이었다. 이 모든 특혜가 그의 도주를 위한 밑작업이었다면?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가진 검찰 고위층이, 범죄자를 도망시켜가며 자신들의 비리를 지웠다면, 그 조직은 더 이상 ‘법치’를 수호하는 기관이라 말할 수 없다.

이제 묻자. 왜 우리는 이 사건을 잊어야 했는가. 왜 김건희, 진형구, 유상범의 이름은 조사되지 않았는가. 왜 언론은 침묵했고, 검찰은 방치했고, 정치권은 외면했는가. 그 답은 한 가지다. 검찰은 스스로를 감시하지 않는다. 패밀리 네트워크로 엮인 자들은 서로를 감추고, 증거를 지우고, 기록을 누락시킨다. 그래서 검찰개혁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권력의 생리를 바꾸는 일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분리’ 법안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법안에는 여전히 “예외적으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살아 있다. 이 예외가 바로 검찰 권력의 부활통로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기록 의무화, 시민 감시단 참여, 국회 견제장치 없이 검찰개혁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전관예우 방지법도, 사후 감시 체계도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조영훈이 보여준 것은 단 하나다. 검찰은 감시받지 않으면 범죄조차 조직할 수 있는 권력기관이라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권한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수사한 권력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검찰 권력의 자율성과 통제 가능성 사이, 우리는 어디까지 개혁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뉴얼코프 사건 속에 이미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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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검찰의 얼굴을 한 카르텔, 뉴얼코프 주가조작 사건

28세 웨이터 출신 조영훈의 주가조작 사건. 그러나 진짜 공범은 따로 있었다. 진형구, 유상범, 김건희, 양재택… 그들은 왜 수사받지 않았는가? 형집행정지로 탈옥한 사기범과, 그를 방조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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