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정청래는 대표가 되었고, 박찬대는 되지 못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결말이었고, 누군가에겐 아픈 예측이었다. 그러나 박찬대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오늘은 단지 '패배의 날'이 아니라, 하나의 터널 앞에 도달한 날이다.
지지자란 무엇인가.
정치인의 언어를 따라 외치고, 손뼉을 치고, 말보다 먼저 믿음을 보내는 존재다. 박찬대를 향한 믿음도 그랬다. 그는 온건한 개혁의 얼굴이었고, 민주당 내부에서 안정과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품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거대한 물결 속에 파묻히고 말았을 때, 지지자들은 불현듯 자신들이 어두운 터널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터널 안엔 말이 없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누가 실수했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를 되뇌는 순간, 그 길은 더 길어지고 어두워진다.
그래서 뒤돌아보고 싶어진다.
‘그때 강선우 사태 때 한마디만 덜 했더라면...’
‘폭우 피해 복구 사진이라도 찍었더라면...’
‘줄서기의 중심에 있었던 의원들의 도움을 더 얻었더라면...’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돌이 되는 순간’이다.
되돌아보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것이 오늘을 견디는 법은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그리움에 져서 사랑을 잃었고, 롯의 아내는 두려움에 지고 생을 잃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믿고 응원했던 박찬대의 지지자들이여, 지금은 걸어야 할 시간이지, 되묻고 분석할 시간은 아니다.
이번 경선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은, 단지 인물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란청산, 기득권 청산, 좌절된 개혁의 복원이라는 거대한 정서가 정청래라는 상징과 손을 맞잡은 결과였다. 박찬대가 진 이유를 굳이 되짚지 않아도, 그 흐름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묻자.
이 터널은 패배의 동굴인가, 성찰의 통로인가?
정답은 하나다.
지나가야만, 비로소 보인다.
누군가는 뒤돌아보다 돌이 되고, 누군가는 묵묵히 걸어가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난다.
정치인 박찬대에게도 말하고 싶다.
정청래는 기득권의 험담, 당내 배척, 줄서기의 역풍 속에서 오히려 '고난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고난을 통과하면서 자신만의 ‘신화’를 만든 사람이다.
정치엔 그런 무언의 서사가 필요하다.
그것은 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참아내는 시간 속에서, 뒤돌아보지 않는 선택 속에서만 가능하다.
오늘 박찬대를 지지한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건 복기나 분석이 아니라 침묵의 통과다.
무거운 터널을,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는 일이다.
언젠가 완전히 빠져나왔을 때,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이 결코 헛되지 않았고, 당신의 지지는 단지 낙선이 아닌 성장의 흔적이었음을.
그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였다는 것을.
뒤돌아보지 마라(미련, 후회, 상실).
지금은 묵묵히 걸어야 할 시간이지, 되묻고 분석할 시간은 아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길이 열린다.
그리고 이제, 정청래에게는 또 다른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그가 선봉에 섰던 이재명 대표 체제의 정신,
그 시절 강력하게 단결했던 민주당의 힘과 무게를 되살려내는 일 말이다.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증명할 자격일 뿐,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닌 전체의 대표로서
누구보다 유연하고, 단단하게 당을 이끌어야 한다.
그의 지지자들 또한
이제는 그의 어깨 위에 또 하나의 책임을 얹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선명한 응원이 때론 리더의 발목을 잡는 그림자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나의 정청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민주당’으로 가는 길을 함께 내딛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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