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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작은 동화

배려- 생리 현상

 

2008-02-23

 

 

내게는 아주 황망했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20년도 훨씬 전인 어느 해.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도심 가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이

지금도 나를 아찔하게 합니다.

 

나는 그 날 친구 녀석들과 생맥주를 거나하게 먹었습니다.

소시적이니 술 하나는 끝내주게 먹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술만큼은 사양을 못합니다.

그리고 술이 그리 쎄지도 못하면서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 날도 반가운 친구 녀석들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즐거움에

이 놈 저 놈 잔을 부딪치며 질펀하게 마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후 

우리는 술집을 나와 각자 버스를 타고 헤어졌지요..

그 당시 나는 지방에 있던 관계로

성북동에 사는 친구 녀석 집에서 하루 밤을 묵기로 하였습니다.

 

버스에 타고 한참을 지나

갑자기 나는 아랫배가 묵직하게 차 오르며

심한 생리욕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참을 만 하였지요.

그러나 흔들리는 버스는 점점 내 방광을 사정없이 흔들어 대었습니다.

맥주와 막걸리는 참으로 인간의 방광을 혹사 시키는 주범인 것 같습니다

흐미~미치겠더라고요.

 

나만 그런가  옆에 선 친구 녀석을 돌아보니 

녀석도 다리를 베 베 꼬면서 저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더군요.

친구의 얼굴은 그야말로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동질감에 '너도.....? ' 하며 눈짓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똥 밟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

 

고맙다 친구야!

너는 정말로 진정한 친구다.

나와 고통을 같이 하려고

너의 방광은 오늘도 그렇게 보리 썩은 물을 하나 가득 채웠나 보다.

 

"야! 참을 수 있겠어?"

 

내 귓속말에 친구는

 

"미치겠다"

 

녀석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습니다.

 

"야 ! 이거 x 됐다"

 

이제는 다리도 후들거렸습니다.

갈 길은 멀고.....

도대체 답이 안 나왔습니다.

친구와 나는 야밤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쌍으로 해괴한 허슬 스텝을 밟아야만 했습니다.

 

버스가 명동입구에 다가섰습니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했던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총알처럼 뛰쳐 나갔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명동은 대낮처럼 환하였고 사람들로 많이 붐볐습니다.

오색 등의 추리는 휘황찬란 깜박거렸고

캐롤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는 코스모스백화점을 향해 달렸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기에 이미 셔터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ㅠㅠ 죽을 것만 같더군요. 

친구와 나는 다시 그 옆 건물 계단을 무조건 뛰어 올랐습니다.

대부분 화장실은 계단 복도에 있기에.......

 

 

그러나 한계단 한 계단 힘겹게 올라간 2층에는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또 한 층을 올라가니 화장실 팻말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아뿔싸! 그런데.....

매정하게 자물쇠로 굳게 닫혀진 문!

! 하느님!

친구의 얼굴은 울그락 불으락!

 

'타-다다다~ '

 

계단을 뛰어 내려와 또 다시 그 옆 건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거기도 마찬가지....

이제.... 글챤아도 꽉 찬 방광이 뜀박질에 흔들려

오줌이 찔끔찔끔 내 팬티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한 겨울 도시는 궁지에 몰린 가여운 두 남자에게 너무나 비정했습니다.

인간의 도덕적 심판대에 올려진 우리는

그 도덕의 가치와 필요성에 방황하는 소크라테스였습니다.

아니 세익스피어 '햄릿'의 갈등이었습니다

 

"to be pee or not to be pee" (맞나....?)

 

다시 거리로 내몰린 우리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행인들이 야속하기만 하였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저희 좀 제발 화장실로 안내 좀 해주세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거시기를 꽉 움켜진 채 엉기적 엉기적.....

우리는 그렇게 쌍쌍히 행복한 연인들의 인파 속에 떼밀려

빅뱅으로 치닫는 최악의 카운드 다운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우리들 눈에 대로변에서 약간 들어간 어두컴컴한 골목의 담벼락이 보였습니다.

골목이라 하지만 언제라도 사람들이 나올 것 같은 트인 골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는 인간의 도덕성이 무너지는 이 기막힌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허리를 숙이고 드나들 수 있는

담벼락 작은 철문 앞에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거시기를

움푹하게 들어간 철문이 조금은 가려 줄 거라는 기대와 함께

바지 쟈크를 황급히 내렸습니다.

 

벽에 큼지막하게 가위가 그려져 있고

 

'확! 짤 러!'

 

라는 섬뜩한 경고가  눈에 들어왔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찔끔찔끔 흐르는 물에

속으로 제발을 외치며 급하게 손을 놀렸습니다

 이윽고 방사!

 

'두두-다다'

'두-르르륵'

 

두 줄기의 강력한 물줄기로

철문은 신세계교향곡 전 악장에 나오는 팀파니가 되었습니다.

골목을 울리는 팀파니의 협주!

그리고 .......

 

~~~~~~~ 이 쾌감!

인간에게 강렬한 배출의 쾌감을 주신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다리도 하나 들어야지'

 비웃듯 써있는 담벼락 글씨에

우리는 이미 두 마리의 가이새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쪽문이 확 열렸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모자 쓴 사람의 머리가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그러자 양쪽에서 발사되는 물줄기로 연주되던 팀파니 소리는

갑자기 탬버린으로 바뀌었습니다.

 

'또-르르-륵...'

'또- 또 또르르륵'

 

"어! 이게 모냐?"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우리는 그 비명에 놀라 거시기의 방향을 잡아 틀었습니다.

그리고 분출되는 생리현상을 멈추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터진 방광은 제어가 되지 않는 소방호스 였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할 수 밖에요......

 

뜨거운 두 물줄기는 차가운 바닥에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온천 수처럼 펑펑 흘러 내려갔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을.....

정말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의 배뇨는 끝이 났습니다.

 

시원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정신을 좀 차리자 

이윽고 경비원 복장을 한 한 아저씨가 우리 망막에 클로즈업 되었습니다

그는 모자를 벗고 벽에 툭툭 물기를 털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치겠더라고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우리는

할 말을 잃고 계면쩍게 그저 머리만 극적거렸습니다.

 

잠깐의 침묵!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영원인 것처럼 무지무지 길었습니다.

이윽고 그가 우리을 보며 말을 하였습니다.

 

"시원들 하셨습니까? 허 허허~"

 

그리고는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무일 아니다는 듯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배려를 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줌을 멈추지 못하고

한참을 내 깔리는 우리의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는 따뜻한 배려로 우리의 난처한 순간을 해결 해주었던 것입니다.

 

!

도시의 건축물은 비정했지만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따뜻했습니다.

 

우리는 인사도 변변치 못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