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로 치닫는 한국 개신교의 자화상
2024년 초,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세력이 '백골단' 부활을 선언했다. 이는 한국전쟁 전후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서북청년단의 폭력성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특히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보여주는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그들은 성경과 태극기를 휘두르며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가짜뉴스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교 집단의 일탈이 아니다. 한국 개신교가 걸어온 굴절된 역사가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종착점이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
서북청년단의 잔혹한 폭력은 한국 개신교 극우화의 원점이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에서 그들은 "빨갱이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당시 많은 목사들이 이를 "하나님의 뜻"이라며 정당화했다는 사실이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눈 덮인 시신들 사이에서 가족을 찾는 장면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반인륜적 폭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기도문으로 시작해 총성으로 끝나는 학살을 '성전'이라 불렀다.
뿌리 깊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권력 유착
해방 후 북한에서 온 기독교인들의 트라우마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맹목적 반공주의로 변질되어 신앙의 본질마저 왜곡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더구나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된 정치권력과의 유착은 교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
1954년 기독교방송(CBS)과 1956년 극동방송 설립 특혜, 군종제도 도입 등은 개신교의 성장을 가속화했지만, 동시에 권력의 도구가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5·16 군사정변 이후에는 독재정권을 적극 지지하며 특혜를 누렸고, 1980년 광주 학살 앞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맘몬의 신전으로 전락한 한국 교회
군사정권 시기 급성장한 한국 교회는 물질만능주의에 함몰됐다. 대형교회들은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웠고,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한 자들의 피난처가 아닌 부와 명예의 상징이 됐다. 재정 비리와 세습, 도덕적 타락은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지금의 교회는 사랑과 화해 대신 증오와 분열을 퍼뜨리고 있다.
현재와 미래: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오늘날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의 행태는 이런 역사적 맥락의 필연적 결과다. 그들은 여전히 반공주의라는 낡은 이데올로기를 휘두르며,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이제라도 극단적 반공주의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고, 진정한 신앙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사랑과 섬김, 화해와 평화를 실천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 세력의 하수인이 되는 교회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한국 개신교는 국민의 외면 속에서 점점 더 깊이 고립될 뿐이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이제라도 돌이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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