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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몰락

윤석열을 체포했다. 끌려 나올 때 기대했던 그림이 없어 아쉽지만, 게시판마다 네티즌들의 글과 댓글에는 안도의 한숨과 환호가 넘쳐나고 있다. 오랜만에 김어준과 최욱의 불안감 걷힌 환한 웃음을 봤다. 여러 유투버 시민 기자들의 얼굴에도 밝은 미소가 번지고 평론가들의 해설에도 활기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민주 진영에는 축제의 장이 열렸다. 그러나 나는 그 축제에 쉽사리 동참할 수가 없다. 겨우 쥐새끼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윤석열은 주범이 아니다. 그를 조종한 김건희 역시 아니다. 이들은 단지 사악함으로 간택된 도구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자리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뿌리 깊은 악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우리가 깨부수어야 할 진짜 주범인 괴수이다.

해방 이후 친일파에서 시작된 청산되지 않은 기득권은 여전히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에서 강고한 세력이다. 반공주의와 지역주의라는 갑옷을 입고 권력을 움켜쥔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검찰, 사법부, 언론, 관료, 토건 세력과 손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는 철저히 짓밟혔다.

윤석열은 이 거대한 시스템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김건희가 아무리 탐욕스럽고 교활하더라도 그녀 역시 이 시스템의 필요에 의해 간택된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이 괴수가 단순히 정권 교체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윤석열을 잡아 환호하는 동안, 이 괴수는 또 다른 윤석열을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검찰은 여전히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사법부는 전관예우만 바라보며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하수인 역할에 충실하다. 관료들은 보신과 안위를 위해 기득권에 빌붙고, 토건 세력은 정치인들과 결탁해 탐욕의 돈잔치를 벌인다.

삶에서 지친 영혼을 달래줘야 할 종교는 타락하여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며,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 종교의 본질을 잃고 타락해 버렸다. 전광훈의 사랑의 제일교회와 신천지 이만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괴수는 단순히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평범한 악’으로 존재한다. 숙고 없이 휘둘리는 대중의 무지와 무관심도 이 괴수를 키우는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하고,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며, 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들이야말로 괴수가 살아남을 비옥한 토양이 되어 준다.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단순히 윤석열 한 사람이나 김건희 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거대한 괴수, 우리 사회를 좀먹는 악의 집합체다. 그 싸움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을 잡았다면, 이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괴수를 뿌리째 뽑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그들의 꼭두각시에 농락당할 뿐이다.

영화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A fost sau n-a fost? 12:08 East of Bucharest>가 던지는 질문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윤석열을 잡은 이 순간,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독재자가 몰락했다는 안도감에 취해 더 큰 문제를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1989년 루마니아 혁명 당시,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몰락은 환희와 해방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혁명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혁명이 과연 진정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영화는 한 시골 마을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로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은 혁명 당시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자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대부분은 혁명 당시 침묵하거나 관망했을 뿐이며, 혁명 후의 영광에 편승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영화는 독재자가 몰락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님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윤석열을 잡았다고 해서 혁명이 완성된 듯 환호하지만, 우리는 정말 괴수를 뿌리째 뽑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윤석열이라는 꼭두각시 뒤에 숨어 있는 시스템, 즉 친일파에서 시작된 기득권의 연합체를 무너뜨릴 의지가 있는가?

루마니아의 독재가 끝났어도 기득권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영화 속에서 새로운 권력자들은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며 사회를 지배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얼굴의 꼭두각시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단순히 한 사람의 몰락을 환호하며 멈춰서는 안 된다. 시스템과 싸워야 한다.

영화는 이렇게 경고한다. "한 사람을 제거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진정한 혁명은 우리 모두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을 잡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축제를 이제 멈추고, 이제는 괴수의 뿌리를 찾고 제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덧붙여서/ 솔직히 혁명적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쓰는 게 이제 마치 관례가 된 것 같다. 이명박 쥐새끼 당첨될 때 그랬고 아버지 후광빨인 박근혜 당첨될 때, 그리고 윤석열이 모든 잡신과 귀신을 끌어 모을 때도  나는 매번 이런 글을 썼다. 그래도 여전히 똥을 찍어 먹어 보는 사람이 줄지 않는 것이 참 기이하다. 왜? 사람들은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없을까. 왜? 노인들은 고집과 아집만 늘어가는 걸까.

그건, 실패를 실수라 위로하고 고집과 아집을 이념과 이상으로 포장하는 언론이 항상 문제였다. 그 나라의 국민은 딱 그 나라의 언론의 수준만큼 민주주의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참 멀다.

https://malasu.tistory.com/m/258

내란수괴 총살이 좋을까? 교수형이 좋을까? 아니면 참수?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윗대가리 하나의 생각 없는 결정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수를 따져보라.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발언과 '다 때려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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