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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얼굴을 한 종교, 사회는 무엇을 잃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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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언론을 소유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 아니다. 미국, 브라질, 일본, 바티칸 등 여러 국가에서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언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그 존재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정체성을 숨기고, 일반 언론처럼 위장한 채 활동하는 종교언론들이 존재하며, 이는 언론윤리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종교단체의 언론 소유, 왜 문제가 되는가?


세계일보, 국민일보, 천지일보. 이 세 언론사는 각각 통일교, 순복음교회, 신천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의 순복음교회가 설립했으며, 세계일보는 문선명의 통일교가, 천지일보는 이만희의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이 연결고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 결과 독자는 기사나 보도의 배경에 어떤 종교적 혹은 이념적 시선이 담겨있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


미국의 Deseret News는 몰몬교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신문사로, 종교적 배경을 명확히 밝힌다. Catholic TV인 EWTN은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중심으로 방송을 운영하며, 일반 뉴스와 종교 콘텐츠를 구분하여 편집한다. 브라질의 RecordTV 역시 종교단체 소유임을 공개하며,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Seikyo Shimbun은 창가학회의 소유이며, 정치적 성향까지 공개된 상태로 사회적 활동을 이어간다.

이들 모두는 종교적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언론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본질적 차이를 가진다.

한국의 종교언론, 구조적 위험


정체성을 숨긴 종교언론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 위험을 초래한다.

1. 독자 기만
   종교단체 소속임을 숨기고 운영되는 언론은 독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객관성을 갖춘 보도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종교의 가치관에 따라 편집된 내용일 수 있다. 이는 정보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다.

2. 정치적 개입
   종교언론은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일교와 정치인 간의 유착 의혹이나 신천지의 정치 개입 사례는 종교언론이 정치권력을 도구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정보 생태계의 오염
   언론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한다. 특정 교리나 이념이 일반 뉴스로 포장되어 전파될 경우, 사회적 인식은 왜곡되고 정보 생태계는 오염된다.

4. 민주주의의 훼손
   언론의 핵심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숨겨진 소유 구조와 편향된 보도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며, 이는 국민의 정치적 판단과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 법적 공백과 규제 미비
   한국은 언론의 소유 구조를 공개하거나 종교단체의 언론 운영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종교단체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은밀히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해외와 한국의 비교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한국의 종교언론이 정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소유주 명시 의무화
  언론 등록 시 종교단체의 소유 여부를 명확히 기재하도록 법제화

편집 독립성 보장
  종교단체 소유라 하더라도 편집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

재정 투명성 확보
  언론사 운영 자금의 출처와 목적을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

시민사회 감시 강화
  언론감시단체, 종교비판단체 등의 지속적인 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


결론: 진실과 믿음 사이의 균형


언론은 진실을 전달해야 하고, 종교는 믿음을 전파해야 한다. 그 역할이 뒤섞이고 경계가 모호해질 때, 우리는 진실도 믿음도 잃는다.

한국 사회는 이제 종교언론의 정체성 은폐 문제를 직시하고, 제도적 개혁과 시민적 대응을 통해 건강한 정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때에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