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눈이 녹아 흐르는 강, 인도의 어느 상류. 수십 년 전, 한 서양 여인이 이곳에 홀로 도착했다. 짙푸른 눈,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그녀는 강가에 서서 한없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슬픔이 깊이 묻어나는 얼굴, 그러나 단단한 의지가 깃든 그 눈빛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강가에 자그마한 움막을 지어 거처로 삼았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혹은 수행을 하는 듯, 그녀는 하루 종일 강물과 눈 덮인 히말라야를 번갈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이 그녀가 강폭이 좁아지는 곳에 작은 돌과 나뭇가지를 쌓아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 묻진 않았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만 매달렸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렀다.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사라졌고, 그녀는 강물에 자신의 시간을 묻어가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그녀의 눈에는 세월이 남긴 깊은 주름이 드리워졌으나, 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어느 날, 그 강에서 긴 세월 동안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던 희망의 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사람들은 흐느끼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강가로 모였다. 그녀의 품 안에는 등산복을 입은 젊은 금발의 청년이 차가운 몸으로 누워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히말라야의 품에 잠겨 있던 그 청년은 그녀의 약혼자였다.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그녀가 수십 년 동안 그를 기다려왔음을 깨달았다. 강가의 여인은 오랜 시간 만년설에 묻힌 약혼자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그 자리를 지켰던 것이다. 그리움과 기다림은 세월을 뛰어넘어 그녀를 견디게 했고, 이제 그녀의 눈물 속에서 그의 영혼이 자유로이 흐르고 있었다.
강은 여전히 흐르고, 그 자리엔 다시 평온이 깃들었다. 사람들은 그 강을 지나칠 때마다 그 여인의 사랑과 기다림을 기억하며 눈길을 두었다.
덧붙여서/
아주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였는데 듣고 난 순간 목덜미가 쩌릿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마치 어릴적 황순원의 소나기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난 기분이랄까...
하지만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형편없는 글재주로 막상 글로 다시 옮기려니 난감했지만
생각나는 데로 옮겨 보았음.
원작과는 많이 틀릴 것이라 생각됨.
혹시, 이야기의 원작을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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