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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등신불과 키세스 소녀


차가운 겨울밤, 눈보라가 몰아치는 거리의 아스팔트 차디찬 바닥에 한 소녀가 호일을 감싸고 앉아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이 마치 초콜릿 키세스를 닮았다고 해서 '키세스 소녀'라 불렀다. 그 모습은 한 시대의 울림이고 지금 이 부정한 시대의 등신불이다.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등신불. 소녀는 불길 속에 있지 않지만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신념이란 그런 것이다. 말과 구호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도 세상을 흔드는 힘.

그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대로 괜찮나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손에 든 피켓 하나 없이, 목소리 높이지 않지만 그녀는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얼어붙은 손, 바람에 떨리는 몸. 하지만 그녀의 눈은 불타오른다. 이 겨울의 혹독한 바람 속에서, 눈보라 속에서 외치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있다.

공수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국민을 죽이려 했던 내란수괴 체포의무를 외면한다면,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저 눈보라 속 소녀의 외침은 단지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는 정의를 갈망하는 온 국민의 질문이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공수처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침묵 속에 스러질 것인가, 아니면 정의를 향한 국민의 염원에 답할 것인가.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저 '키세스 소녀'의 신념처럼, 공수처는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제발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