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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이 된 우크라이나, 서방의 지정학적 이해와 실패한 외교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3년이 넘은 지금,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서방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희생된 대리전의 피해자로 점점 더 인식되고 있다. 초기에는 영웅적인 저항으로 칭송받았던 우크라이나의 투쟁이 이제는 서방, 특히 미국과 유럽의 전략적 계산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 vs 러시아 대리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기결정권과 주권적 투쟁을 무시하는 행위라 생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맥락(2014년 크림반도 병합, 유로마이단 혁명, 8년간의 저항)과 국민들의 자발적 저항 의지를 지워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서방의 장비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4,400만 우크라이나인의 생존 투쟁을 '타국 이해관계의 부속품'으로 격하시키는 것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국가 부정론"과 유사한 논리이기도 했고 우크라이나 국민은 '대리인'이 아닌 자신의 국가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살아있는 주체"라 믿었다.

놓쳐버린 평화의 기회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상황 전개를 돌아보며 유럽국과 미국의 행동을 복기해보니, 대리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전쟁 초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평화협정 체결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의 개입으로 이 협상은 무산되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에 저항할 것을 독려하며 무기와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을 수용했다면, 수많은 인명 피해와 국가 인프라의 파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방국가들, 특히 미국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유럽에서의 자국 영향력을 강화하는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와 주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서방의 전략적 계산이 이 갈등을 지속시키고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는 더욱 서방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은 제한되어왔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저항으로 시작된 전쟁이 점차 미국과 러시아 간의 지정학적 경쟁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석이 아닐까 싶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과 투쟁은 여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들이 더 큰 게임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많은 생각이 든다.

 


대리전의 대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력을 소모시키는 서방의 '방패'로 기능했다. 미국과 유럽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인명 손실과 국가 인프라의 파괴라는 대가를 치렀다.

유럽은 고기방패로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인정받아 동결자산을 해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이러한 비판은 서방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깊게 한다.

변화하는 서방의 태도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서방 국가들의 태도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제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에 집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나토 지원규모를 줄인 이유는 무기를 팔지 않기 때문이며, 미국이 유럽을 지원할 동기가 없다. 이런 점에서 서방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의심을 더욱 강화한다.

파괴된 국가의 미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국가 기반시설은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전쟁 종료 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전쟁 부채를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이용당했고, 국가 인프라가 파괴되었으며 전쟁비용까지 지게 되었다. 국민의 목숨을 희생하며 전쟁비용까지 갚아야 한다면 나라가 절단날 것이다.

러시아의 상황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시 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군사력과 국제적 명성에는 손상을 입었지만, 국내적으로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방의 기대와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교훈과 반성


이 비극적인 상황은 국제 정치에서 작은 국가들이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판단 실수와 서방의 약속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현재의 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초기에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면 이런 파국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종식과 국가 재건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서방의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리전쟁의 희생양이 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국제 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