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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단상

 

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 다녀왔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군중의 모습은 장엄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들고 나온 응원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 민주주의 지킴의 상징이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응원봉 하나 구입해야겠다.


집회가 끝나고 자리 이동 중에 일이 있었다. 집회때문에 차 통행이 금지된 횡단보도 앞에서 무심코 길을 건너려던 순간, 나는 멈칫했다. 빨간불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정지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이렇게 융통성 없는 시민의식이라니…"

그러나 이내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이 철저한 시민의식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답답한 행태들에 속이 터졌었다. 상황은 제2의 계엄이니 뭐니 하며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갇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조국 전 장관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저들의 조급함에서 나오는 헛발질에 일일이 따박따박 법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그들이 쌓아놓은 거짓과 위선이 결국 무너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면, 그 과정에서 불법과 부정, 그리고 비정상적인 실체가 국민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우리 쪽에서 그들의 헛발질을 유도하고,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과정에 힘을 모으는 일 아닐까 싶다.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합법의 무기와 절차의 정당성을 앞세워, 천천히 그러나 정확히 그들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

결국, 진실은 강하다. 거짓은 반드시 무너진다. 그리고 비정상은 오래갈 수 없다는 걸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