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영동1985를 본 이들이라면 한 가지 공통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분노와 혐오. 이 영화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폭력적 권력이 인권을 짓밟을 때, 사회는 그 자체로 깊은 병에 걸린다는 것. 영화 속 남영동은 과거형이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시대의 악몽을 다시 소환당하고 있다.
2024년 12월,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발언들은 충격을 넘어 전율을 일으킨다. "야구방망이, 니퍼, 케이블타이를 준비하라."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 했던 게 나올 것." 이 발언들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되던 고문을 연상케 한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의심이 가는 자를 잡아 족치고,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는 합리적 법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독재의 논리와 무관용의 폭력이 여전히 이 땅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다시 돌아온 '고문 정치'
영화 남영동1985의 고문실 장면은 끔찍했다. 불이 꺼진 밀실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손과 발이 묶인 채 고문 도구들에 의해 짓밟히는 인간의 존엄성. 그런데 오늘,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악몽이 현실로 논의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의 계획은 영화보다 더 악랄하다. 선관위 직원을 감금하고, 고문을 통해 부정선거 자수문을 작성하게 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폭력 그 자체다.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법을 무시하고 인간을 짓밟으려는 의도를 드러낸다는 것은 권력이 어디까지 오염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남영동의 고문은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폭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윤석열의 망상 정부 아래에서 또 다른 폭력적 권력이 부활하는 조짐을 목도하고 있다.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감금, 자백 강요. 이는 단순히 과거 회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우리는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권력자들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폭력적 통치를 답습하려 한다. 이들은 말한다. "법을 지키겠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과 인권을 정면으로 짓밟는 행위를 공공연히 계획하고 실행하려 한다.
결론: 야구방망이를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지켜라
남영동1985의 주인공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진실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노상원의 발언이 현실이 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대한민국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과거 독재의 재현으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그 간절한 외침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야구방망이를 쥔 그들의 손을 놓게 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영동은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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