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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숨기는 진짜 '세금 전쟁'


세금 감면이라는 이름의 두 개의 전쟁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서민 감세'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부자 감세'는 첨예한 철학적 충돌이 도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상속세 공제 한도를 상향하여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5억 원인 일괄 공제를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수 국민이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고 머물러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18억원 아파트까지는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했을 때 상속인이 되는 배우자에게 상속세가 한 푼도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거다. 이는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하여 일자리 감소를 방지하고 경제 전반의 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이러한 최고세율 인하가 시가 6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상속받는 초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서민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거다.

이러한 두 입장 간의 차이는 세금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을 줄여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자는 복지적 관점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상속세율 인하를 통해 자본의 원활한 승계를 도모하고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성장 중심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효과없음이 증명된 '낙수물 효과' 재탕일 뿐이다.

OECD 2023년 조세정의지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자산소득 과세율(18.7%)은 회원국 평균(32.4%)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이재명의 정책은 이 지표를 국제 표준으로 올리자는 것이고, 국민의힘의 주장은 이미 낮은 수준을 더 떨어뜨리자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오바마가 추진한 '버핏룰(억만장자 최저세)' 논쟁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이념적 대립구도다.

왜 부자 감세는 '경제 활성화'로 포장되는가

경제위기 시기 부자 감세 주장은 역사적으로 반드시 실패한 정책 패키지였다. 1932년 대공황기의 호버 대통령 감세정책이 주식시장 80% 폭락을 초래한 것, 1997년 IMF 위기 직후 김영삼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소득불평등도를 0.29→0.35로 악화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투자 유인 창출"이라는 40년 전 유물된 논리로 이를 포장한다.

이 기이한 현상 뒤에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도사렸다.

첫째, 대기업 광고주와의 이해관계. 2023년 미디어현황연감에 따르면 5대 그룹 광고비가 전체 매체 매출의 38% 차지.

둘째, 언론사 대주주의 정치적 성향. 주요 보수지 대주주의 72%가 상속세 감면 직접 수혜 계층.

셋째, '악마화 프레이밍'이 주는 시장성. "이재명" 이름이 헤드라인에 노출된 기사의 공유율은 다른 정치인 관련 기사 대비 1.7배 높았다. (2022년 12월 기준, KBS 미디어연구소 데이터)

어떻게 서민 복지가 '포퓰리즘'으로 전락하는가

언론의 논리적 함정은 세 단계로 작동한다.

정책의 인격화: "이재명이 서민 감세 주장" → "이재명이 세금으로 표 얻으려 한다"로 프레임 전환  

역할 뒤집기: 상속세 감면 요구 기업인을 '국가 경제 지키는 애국자'로, 복지 주장자는 '국가 재정 훼손하는 파렴치'로 이미지 왜곡  

통계 왜곡 : 고액자산가 감세 시 1인당 7억8000만원 혜택을 '투자 확대 효과'로 환산하지만, 서민 감세의 1인당 47만원 이득은 '재정 낭비'로 계산  

신경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부자 감세' 표현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합리화를 유도하는 반면, '서민 복지'는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비판적 사고를 유발한다. 언론은 이 생물학적 약점을 교묘히 이용한다.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

1929년 대공황 당시 뉴욕타임스는 "과세는 자본주의의 적"이라며 상속세 폐지를 주장했지만, 결과는 주가 대폭락과 25% 실업률이었다. 반면 1945년 전후 복구기 AP통신이 "부유층 증세는 애국"이라며 루즈벨트 정책을 지지하자, 미국은 GDP 성장률 18%를 기록했다. 2008년 위기 시 한국언론 78%가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으나, 이로 인한 세수 감소(47조 원)가 복지 축소(28조 원)로 이어진 사실은 철저히 은폐됐다.

민주주의의 적은 언론 스스로가 되어가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23년 3분기 보고서는 '이재명' 단어가 포함된 뉴스의 63%에서 '위험', '포퓰리즘', '독재' 등 부정적 수식어가 동시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는 홀로코스트 가해자 심리를 연구한 밀그램 실험에서 나타난 '권위에의 복종' 패턴과 유사하다. 광고주-정권-언론의 철의 삼각구도 앞에서 저널리즘의 사명은 죽었다.

결론: 세금이 민주주의의 거울인 시대

국민의힘의 부자 감세 논리가 역사적 실패의 재탕이라면, 이재명의 서민 감세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문제는 정책 자체가 아니라, 이 합의를 파괴하는 언론의 배후다. 85개 민주국가를 분석한 '2023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47위로 추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금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념적 갈등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민주주의의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언론이 이러한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을 부정적으로 프레임화할 때, 그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