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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기이한 여론조사



채널A가 공개한 '국민의힘 후보'의 익명 여론조사는 단순한 익명성의 문제를 넘어 통계적 왜곡이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이 조사의 실제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현시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개별 지지율이 이재명 대표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처지는 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만약 후보별 지지율을 개별적으로 공개했다면, 그 명백한 차이가 드러나 지지층의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인위적 1:1 구도의 착시효과


채널A는 '국민의힘 후보'라는 모호한 프레임 아래 다수 후보의 지지율을 통합해 이재명 대표와의 양자 대결 구도를 연출했다. 예컨대 A 후보 20%, B 후보 15%, C 후보 12%의 개별 지지율을 단일화해 47.1%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여러 후보의 지지율을 하나로 합산함으로써 가상의 경쟁력을 창출하는 통계적 기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유권자에게 이중의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 첫째, 국민의힘 내 특정 후보가 실제로 이재명 대표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환상을 조성한다. 둘째, 다수 후보 존재로 인한 지지 분산 현상을 간과하게 만든다. 현실 정치에서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율이 완전히 재편되기 마련이지만, 채널A는 이런 변수를 교묘히 배제한 채 '현시점의 합산 수치'만을 부각했다.

왜곡된 프레임의 위험성


이와 같은 조사 방식은 언론의 객관성이라는 외피를 빌린 정치적 프레이밍의 전형이다. 채널A가 '여론조사'라는 객관적 형식을 통해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조사가 국민의힘 후보들의 개별 지지율을 투명하게 비교했다면, '누가 이재명 대표와 가장 근접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익명 조사는 이러한 분석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정보 왜곡에 다름 아니다. 유권자에게 후보 간 구체적 비교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진영 전체 vs 이재명'이라는 인위적 대립 구도를 강요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교훈: 통계의 함정과 시민의 비판적 사고


이 사례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일깨운다. 첫째, 모든 수치는 특정 의도를 담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합산 여론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될 때, 그 숫자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보다 왜곡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둘째, 유권자는 조사의 맥락과 배경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누가', '왜'이 데이터를 이러한 방식으로 공개하는지 질문하는 비판적 태도가 요구된다.

채널A가 국민의힘 후보들의 개별 지지율을 공개했다면, 특정 후보를 부각하거나 약화시키는 프레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익명 조사는 '정당 전체'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도 '개별 후보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이중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결론: 투명성 확보만이 신뢰 회복의 길


채널A는 다음 사항을 즉각 공개함으로써 언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1. 해당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포함된 구체적 인물 명단

2. 각 후보별 개별 지지율 데이터

3. 조사 결과를 익명으로 처리하기로 한 의사결정 과정과 그 이유

언론의 권위는 '은폐'가 아닌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익명 조사가 '정치적 편의'를 위한 도구로 정착된다면, 언론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감시자가 아닌 권력의 동반자로 기록될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덧붙여서/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