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채널A 방송에 출연하여 명태균 씨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내로남불 잡아떼기 모습이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명 씨와 민주당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과는 ‘어떤 연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집권하면 명태균 씨를 평생 감옥에 살게 할 것’이라는 섬뜩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과거 대권 경쟁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만남조차 부인하는 모습,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향해 ‘양아치’라는 격한 표현을 쏟아내는 모습은 그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홍 시장의 격렬한 부인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관계자들은 홍 시장과 명태균 씨가 과거 ‘불가분’의 관계였다고 입을 모은다. 오랜 기간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홍 시장의 저토록 극단적인 태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른 이유 없다. 명태균 씨가 이제 홍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그러니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과거 동지를 ‘적’으로 돌변시키고,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이다. 마치 그게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의' 평생감옥' 발언은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홍 시장의 인식이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정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홍 시장의 발언은 단순히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을 넘어선 감정적인 ‘응징’을 예고하는 듯하다. ‘밉다’는 감정 하나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이는 법치주의를 경시하고, 개인의 감정에 따라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위험한 징후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물론 홍 시장은 민주당과 명태균 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적 반대자라 할지라도 ‘평생 감옥’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발언이다. 더욱이 과거 긴밀한 관계였던 인물에 대해 갑자기 등을 돌리고 극언을 쏟아내는 모습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은 스스로를 ‘스트롱맨’ 이미지로 포장하려 하지만, 이번 발언들은 오히려 그의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과거의 관계를 부정하고, 적으로 돌변한 인물에게 극단적인 보복을 암시하는 모습은 건강한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발언은 지지자들에게는 속 시원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합리적인 유권자들에게는 ‘공포 정치’를 연상시키는 섬뜩한 경고로 다가올 수 있다.
홍 시장은 이제라도 억지 떼쓰듯 잡아떼지만 말고,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과거의 관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감옥’과 같은 위험한 발언을 철회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처벌을 약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감정적인 대응과 독선적인 태도를 고집한다면, 홍준표 시장은 ‘정치 보복’과 ‘독재자’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설화(舌禍)가 아니라, 그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창문을 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승 스님 자살 사건의 정치적·종교적 흑막 (3) | 2025.03.04 |
---|---|
워렌 버핏, 무역 관세에 대한 경고: '일종의 전쟁 행위이자 세금' (1) | 2025.03.03 |
최성해의 자백, 사법부의 엇갈린 잣대 (3) | 2025.03.03 |
우크라이나, 러시아 – '내전'의 망령극, 더욱 깊어진 수렁 (2) | 2025.03.02 |
채널A의 기이한 여론조사 (1)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