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보수 세력이 보여주는 행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시절 '아스팔트 우파'라 불리던 이들과 달리, 지금의 보수 결집은 훨씬 더 극단적이고 정치권 전체를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결집의 중심에 '길거리 가스통'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 왜 분열하는가?
보수가 분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한국 정치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가 통용되었다. 보수는 단일 대오를 잘 유지해온 반면, 진보는 이합집산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보수의 행태는 이 명제를 뒤집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집권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다. 1987년 체제 하에서 보수와 진보는 '돌아가면서' 집권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보수 세력은 점점 열세에 몰리고 있다. 박근혜의 탄핵, 2020년 총선 대패, 그리고 2024년 총선 패배까지. 계속된 패배 속에서 보수 세력은 더 이상 현 체제 내에서 정상적인 집권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들의 선택은 극우 세력과 손잡고 체제 자체를 흔드는 것이다. 1933년 독일에서 힌덴부르크와 보수 기득권이 히틀러를 이용하려 했던 것처럼, 한국의 보수 기득권도 극우 세력을 이용해 판을 뒤엎으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통 세력의 주도권과 돈의 흐름
길거리 가스통들이 보수를 장악한 현상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전통적으로 '길거리'는 진보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수가 보여주는 길거리에서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애국가의 '하느님이'를 '하나님이'로 개사해 부를 정도로 기독교 극우 세력에 아부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러나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유튜브의 발달로 극우 선동은 하루에 몇 천, 몇 억이 움직이는 돈벌이가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돈이 움직이면 필연적으로 분배의 불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프란스 드발의 카푸친 원숭이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불공정한 보상에 분노한 원숭이들이 실험을 거부하고 심지어 화강암을 실험자에게 던지기까지 했다. "불평등과 부당한 분배에 저항하는 것은 영장류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진입 장벽 없는 시장의 필연적 분화
현재 전광훈이 극우 시장의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시장은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 미샤가 저가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지만 곧 다른 브랜드들에 의해 잠식된 것처럼, 극우 유튜브 시장도 쉽게 복제가 가능하다. 윤석열 만세를 외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의도파, 광화문파, 서초동파 등으로 분화가 시작되었고, 이들은 서로를 향해 '원래 좌파였다', '화교였다' 등 악담을 퍼붓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필연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의 폭발
키스 페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행기에서 퍼스트클래스를 지나쳐 이코노미석으로 가는 승객들이 난동을 부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
같은 극우 유튜버라도 한 명은 50만 원을, 다른 한 명은 수억 원을 벌 때, 상대적 박탈감은 폭발한다. 이는 "자신이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불평등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신과 음모론에 잘 빠지며" 더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러시아 민담에서 가난한 농부는 신에게 자신에게 소를 달라고 하지 않고 "부자네 암소를 죽여주세요"라고 소원을 빈다. 이처럼 극우 세력의 분화는 '날 안 돼도 좋으니 저 새끼는 망해야 한다'는 심리로 더욱 격화될 것이다.
박근혜 탄핵 때는 진보 진영의 집회가 역사를 바꿨다면, 지금은 정반대로 극우 세력이 길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이성적 결집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돈과 명예를 둘러싼 내부 분열이 심화될수록 보수 세력은 오랫동안 집권 가능성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는 또 한 번 흥미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파의 결집과 분화,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비이성과 난동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진보 진영은 침착하게 연대하고 결집하며 세상을 바꾸는 실질적인 준비와 실행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창문을 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극단적 지지층의 심리와 위험 (0) | 2025.03.14 |
---|---|
"의회 독재" 운운하는 국민의힘, 참 뻔뻔하다. (1) | 2025.03.13 |
헌재가 인정한 김건희 특검 도입의 법리적 기반 (1) | 2025.03.13 |
검찰이 윤석열을 탈옥시켰다 (1) | 2025.03.13 |
심우정을 고발한다 (2) | 2025.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