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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필의 ‘매국좀비’론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강의하는 역사학자 황현필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를 위한 성찰의 도구로서 역사를 강조한다. 그는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과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순간들을 조명하며, 때로는 격렬한 어조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들춰낸다.

특히, 그가 즐겨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인 ‘매국좀비’는 단순한 비난을 넘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황현필이 이 섬뜩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인 ‘매국좀비’에 집중하여 주장하는 논거들을 뼈대 삼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의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매국좀비’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가 이 용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세밀하게 파헤쳐 볼 것이다.

극우’라는 낡은 틀을 넘어선 ‘매국좀비’


황현필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특정 세력을 지칭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극우’라는 표현이 그들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일반적으로 ‘극우’는 자국 중심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 권위주의적 성향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한 극단을 의미한다. 이는 서구 사회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극우 세력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영광을 숭상하고 역사 수정을 시도하며,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반이민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 이러한 ‘극우’ 세력들은 강력한 자국 중심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황현필이 비판하는 특정 세력은 이러한 일반적인 ‘극우’의 정의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입으로는 애국을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제강점기의 식민 통치를 옹호하거나, 미국과 일본 등 외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보이는 모순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심지어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세종대왕과 같은 역사적 위인마저 공격하는 자가당착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자국과 민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반적인 ‘극우’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황현필은 이러한 기이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극우’라는 틀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매국’이라는 본질적인 속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들이 분단 상황을 오히려 즐기며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반민족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자국민을 학살한 이승만을 추종하는 행태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들을 ‘애국 세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단순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극단인 ‘극우’라는 용어로는 이들의 국가와 민족을 배신하는 ‘매국’적인 본질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황현필의 핵심 주장이다.

‘가짜 극우’에서 ‘매국좀비’로: 섬뜩한 진화


황현필은 처음부터 이들을 ‘매국좀비’라고 칭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들의 모순적인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가짜 극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겉으로는 극우적인 주장을 펼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애국심이나 자국 중심주의와는 거리가 먼, 기만적인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가짜 극우’라는 표현조차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때 영화계 종사자의 제안으로 ‘매국좀비’라는 더욱 강력하고 섬뜩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좀비’는 죽었으나 되살아나 끊임없이 생존을 갈망하며 주변을 위협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황현필은 친일 잔재 청산 실패로 인해 역사 속에서 제대로 단죄받지 않고 부활하여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좀먹는 세력의 속성을 ‘좀비’에 빗댄 것이다.

그는 매국 행위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가 국민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역사적으로 응징받아야 할 매국 세력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현실을 개탄한다.

마치 좀비처럼 끈질기게 되살아나 사회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매국좀비’라고 명명함으로써, 그 위험성과 섬멸의 필요성을 강렬하게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 용어는 단순한 비난을 넘어, 반드시 역사 속에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라는 황현필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매국’의 뿌리: 친일 잔재 청산 실패


황현필이 ‘매국좀비’라는 용어를 통해 겨냥하는 핵심적인 뿌리는 바로 해방 이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친일 잔재 청산의 실패이다. 그는 이승만 정권이 반민특위를 해체하면서 친일 세력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정계, 재계, 학계, 언론, 군, 경찰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친일 협력은 당시 친일파들의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축적된 부와 권력이 대를 이어 세습되면서, 그 후손들은 이미 세뇌된 친일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조상의 친일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 망언을 당당하게 쏟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황현필은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이 결국 이승만의 친일파 처벌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북한의 경우, 비록 3대 세습 독재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친일파 숙청은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남한 사회와 대비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친일 잔재 청산 실패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후손들이 남북 분단 시대의 역사를 평가할 때, 친일 청산 문제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남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매국좀비’라는 개념은 단순히 현재 활동하는 특정 세력에 대한 비판을 넘어, 과거의 역사적 과오가 현재까지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황현필의 깊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좀비’의 부활: 역사 왜곡과 망령의 춤


황현필은 ‘매국’의 역사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좀비’의 부활은 역사 왜곡과 폄하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그는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조선을 폄하하고,  세종대왕과 김구, 김대중 등 역사적 위인들을 의도적으로 폄훼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미화하고, 김구를 좌파로 매도하는 등의 역사 왜곡은, 친일 잔재를 덮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를 만들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라고 황현필은 분석한다.

그는 이러한 역사 왜곡이 가짜 뉴스와 가짜 책,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되면서,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황현필은 자신이 고독하게 이러한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토로하며, 진보 진영조차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에 상당 부분 물들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진보를 위한 역사’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고, 거짓 역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지침서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국좀비’의 끊임없는 부활과 역사 왜곡 시도에 맞서, 진실된 역사를 알리고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황현필이 ‘매국좀비’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놓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미래를 위한 외침: ‘매국좀비’와의 전쟁


황현필에게 ‘매국좀비’는 단순한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위협이다. 그는 친일 잔재 청산 실패라는 역사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국좀비’와 같은 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싸워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비상 계엄 시도를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계엄령과 유사한 반민주적 본성의 발로로 규정하며,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매국좀비’ 세력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회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 황현필의 판단이다.

황현필은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부재, 또한 ‘매국좀비’의 부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하며, 정권의 의도적인 역사 교육 약화 정책을 비판한다.

그는 근현대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고 ‘매국좀비’의 허구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황현필이 ‘매국좀비’라는 용어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그 망령은 끊임없이 되살아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이다.

그는 ‘매국좀비’와의 싸움은 단순한 과거와의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치열한 전쟁이며, 모든 깨어있는 시민들이 이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호소한다. 그의 외침은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을 넘어,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묵직한 울림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