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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박원순 시장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한다.

2020년 7월 12일



고 박원순 시장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아직 장례식도 마치지 않았고 진실은커녕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시점이라서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고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나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열린 수많은 집회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런 나를 어떤 이들은 빨갱이라 말한다. 한참 때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핏대를 세웠지만 이제는 뭐…


여하튼, 우리는 헌법에 명시되어 정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불가침 자유가 있다. 종교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중, 내가 몸으로 직접 경험한 바,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과, 이전의 서울은 극과 극,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달랐다.


야만이 아닌 문명, 공포가 아닌 축제, 곤봉이 아닌 민중의 지팡이였기에 수백 만이 모인 집회에서도 단 한 건의 폭력 사태가 없었고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 한 명 없이 매번 집회를 치러낼 수가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마침내 세계인이 경이롭다 말하는 촛불 혁명을 이뤄낼 수가 있었던 것이고.


그가 서울 시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박원순의 일관성 있는 신념이 만들어낸 민주주의 승리였다. 그래서 그것이 나는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며 지금도 고맙다.


그를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세월호 유가족이 지금 박원순을 기리는 마음은 정말 애틋하다. 그가 없었으면 하늘에 사무치는 세월호 유가족의 비통함이 온전히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정한 사람들에 의해, 자식 팔아 보험금 더 타내려는 비루한 아비, 어미로 모함당하다 마침내 속절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이것도 다행이고 그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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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경쟁이 심화되고 공동체가 해체되어 빠르게 개인화로 진행되고 있다. 복지의 권리와 수혜자격이 가족단위가 아니라 점점 개인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가있다.


이로써, 사람들은 자신을 공동체나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기보다 개인으로 설정하도록 유도된다. 그러다 보니 사회 공동체를 생각하는 공익보다 개인의 사익에 더 많은 가치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세속의 물질에 벗어나 영적인 리더 역할을 해야 할 종교인들이 사익만 탐하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를 이끌어줄 진정한 리더가 우리 사회에서 정말 귀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권위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도 사람이기에 변한다. 사람만이 아닌 세상 만물이 다 변한다. 생명과 물질이 놓인 시간과 공간에서는 변하는 것만이 진실이기에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것을 막기 위해 리더에게 책임과 의무도 함께 지우는 것인데 진정한 리더는 권위와 권한을 최소화하고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 상황 대처에 따라 변하데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관성은 그 사람 일생의 발자취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러는 가운데 이것저것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다. 마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스키드 마크가 남듯이 그 발자취를 보면 일관성의 유무를 판단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발자취는 그의 정체성이기에 그 사람이 우리의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아는 박원순의 발자취는 일관성이 있다. 그리고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권위와 권한만을 내세우지 않고 책임과 의무를 느끼며 항상 약자 편에 서서 강자와 평생을 싸워 온 인물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많은 근거를 여기다 쓸 수도 있지만 온라인 검색으로 조금만 수고를 하면 그의 인품을 알 수가 있기에 생략하겠다. 다만, 오늘자 연합기사 <'순재산 마이너스 6억 9천만 원' 박원순… 시장 재직 시 빚 늘어>를 보아도 누구처럼 사리사욕의 정치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공과는 누구나 있다.그러나 그것을 나누는 과정은 역사가 하는 일이기에 '사람 박원순'을 이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로 그를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는 우리가 모르는 이유는 아주 많다. 그리고 사람이 겪는 고통의 크기도 다 다르다. 죄를 통감하여 죽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개인적인 이유로 고통받다가 가스가 가득 찬 방안에 성냥불 켰듯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다른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기회가 되면 천천히 조금씩 할 테니 미리 양해를 구하며 이만 글을 줄이며 넘쳐나는 언론 기사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곱씹어 생각하고 의도는 없는지 따져보았으면 한다. 그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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